물가·가계부채 위협에 은행 대출금리 고공비행 지속 전망

안재성 기자 / 2022-06-13 16:46:26
기준금리 1%p 높던 시절과 은행 대출금리 비슷…가산금리 폭등 탓
"가산금리 깎으면 물가·가계부채 억제 위한 통화긴축 효과 반감"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은행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을 감안한다고 해도 현 금리 수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4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한은 집계)는 4.05%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2월(4.05%) 이후 8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2014년 2월 당시 한은 기준금리는 2.50%였다. 올해 4월 수준(1.50%)보다 1.00%포인트나 높았다.  

그럼에도 은행 대출금리 수준이 비슷한 것은 최근의 은행 대출 가산금리가 과거보다 훨씬 높기 때문으로 진단된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대출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구성된다. 대출 기준금리는 코픽스, 금융채 등 시장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즉, 한은 기준금리가 같더라도 은행이 가산금리를 더 많이 붙이면, 그만큼 은행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서 올해 4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2014년 2월 수준보다 월등히 높았다. 올해 4월 가산금리는 2.61~3.48%로, 2014년 2월(0.61~1.20%) 대비 하단은 2.00%포인트, 상단은 2.28%포인트 더 높았다. 

올해 4월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기준금리는 1.76~2.75%였다. 2014년 2월(2.63~3.00%)보다 하단은 0.87%포인트, 상단은 0.25%포인트 낮은 수치다. 

하지만 가산금리의 차가 그보다 더 커 전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4월이 더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올해 4월이 3.84~4.37%, 2014년 2월은 3.61~3.84%다. 

덕분에 은행은 역대 최고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가 너무 심하다"는 불만을 표한다. 

▲ 가산금리 폭등으로 최근 은행 대출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포인트 높던 시절과 비슷하다. "은행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물가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높은 대출금리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작년부터 금융당국이 집값 억제 등의 목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리라고 지시하니까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대로 금융당국이 가산금리 인하를 요구하면, 은행들은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신한은행이 2017년 12월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다가 금융당국이 강한 불만을 표하자 3주 만에 취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신한은행을 따라갈 준비를 하다가 금융당국의 시퍼런 서슬에 물러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나서지 않을 것으로, 한동안 은행 대출금리의 고공비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대출금리는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간여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물가와 가계부채의 위협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은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5월 물가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까지 5%대 상승률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시장에서는 6월에 6%대를 기록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1.4%포인트 상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에서 4.8%로 2.7%포인트 올렸다. 

한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 간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상했다. 

그런데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를 깎을 경우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금리가 낮아지므로 한은 금리인상의 효과가 희석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올려 물가를 억제하려는 건, 곧 독약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금리인상은 민간소비 감소, 경기침체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현재 한은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염려까지 무릅쓰면서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대출 가산금리 인하를 요구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총 2180조 원(한은 집계)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2057조 원)의 106.1%에 달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사실상 가계부채인 소규모 자영업자 부채까지 포함하는, 국제 비교가 가능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뜻한다.  

올해 들어 3월까지는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했으나 4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은에 따르면, 4월 1조2000억 원, 5월 4000억 원씩 늘었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향후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미 무거운 가계부채가 더 증가한다는 것은 경제에 위험신호다. 한은 역시 "금융불균형 위험을 기조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며 물가 외에 가계부채만 고려해도 금리인상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가 한동안 고공비행을 지속하면서 고수익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호실적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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