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민주투사 김근태 전 장관 보좌역 맡으며 정치 입문
도의원 2번, 국회의원 2번 당선…'모험과 도전' 여정
"도민 대통합…보수와 진보, 중도를 뛰어넘겠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을 상징하는 단어는 '모험'과 '도전'이다. 37세에 제주도의회 의원으로 정치의 길을 걸어온 지 16년 만에 제주도지사에 당선되기까지 이 두 단어를 빼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는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 이후 선출직 제주도지사 중, 처음으로 도지사직을 수행할 진보적 정치인이다. 역대 민선 제주도지사인 신구범, 우근민, 김태환 전 지사는 테크노크랫 출신이고, 원희룡 전 지사는 현재의 국민의힘 출신으로 모두 '진보'라는 색채를 입히기에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원 전 지사를 제외하고 앞의 세 사람은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을 왔다갔다 했지만, 도민들은 이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진보보다는 보수 쪽으로 옮겨 놓는다.
오 당선인은 1968년 12월 14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에서 태어났다. 흥산국민학교와 남원중학교, 서귀포고등학교, 제주대학교 경영학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주대 재학 당시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증조부와 조부가 제주 4·3 사건에 휘말려 희생됐다. 4·3 유족이다. 그는 2016년 3월 치러진 20대 총선당시 선거공보집 중 '제주시민 여러분께' 난에서 이렇게 회상한다.
"저는 어린 시절 지금은 94세가 되신 할머니의 품에서 자랐습니다. 시집오자마자 4·3으로 혼자되신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보았고 희망을 일구는 지혜도 보고 자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4·3으로 혼자 된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4·3의 상흔의 깊이를 처절하게 느꼈고, 이를 딛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고난을 극복하는 의지를 발견하며 인생관을 키워온 그의 인생과 정치 도정(途程)의 줄거리가 이 글 속에 녹아있다.
그가 제주대 총학생회장 때 4·3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한 것이나, 국회의원이 된 후 4·3특별법 발의 한 것 등은 4·3에 대한 그의 시각을 드러낸다. 4·3이 없는 오영훈은 생각할 수가 없다.
2021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한 제주4·3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 기준안을 담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오 당선인이 대표발의한 안건이다. 그는 이 법안이 국회통과 직후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여정의 첫걸음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모진 세월을 인내하며,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기준으로 끈질기게 제주4·3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싸워온, 위대한 제주도민의 승리이다. 오늘은 제주4·3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여정의 첫걸음을 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는 고향이 남원읍이면서 학교는 서귀포고를 나와서 인연이라곤 거의 없는 제주시을 선거구에 20대 총선 도전을 해 당선됐다.거의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는데, 성공했다.
그의 정치인생은 독재에 항거한 민주투사 고 김근태 전 장관과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김 전 장관이 1994년 통일시대 국민회의 의장시절 특별보좌역을 맡으면서였다.
오 당선자는 이때부터 민주주의와 복지공동체를 이루는 꿈을 꿨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정치의 문을 노크한다. 2002년 제주도의회 제1선거구(제주시 일도 1·2동)에서 출마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신다. 하지만 절치부심 끝에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8·9대 도의원으로 본격적인 정치인생을 걷는다.
그의 이 같은 모험과 도전은 10년 전 제주시을 구에서 총선경선에 뛰어들며 다시 한번 보여준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도의원직을 사임하고 민주통합당 이곳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패배해 공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3선의 현역 의원을 물리치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돼 결국 국회입성의 꿈을 이룬다.
"오직 제주를 위해 지난 30년간 몸을 부딪혀 벽을 뜷고, 땀을 적셔 길을 만들어 왔습니다. 소위 '줄'과 '빽'이 난무한 세상이라 해도 도민만을 믿고 의지하며 묵묵히 길을 걸어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도지사선거를 위해 만든 '책자형 선거공보'에 나온 말이다.
그의 제8대 민선 제주도지사 당선은 그의 정치인생의 한 '텀'을 마무리하는 매듭이고 결실이다. '기승전의 전'에 해당한다고 해야 할까. 여기서 더 이어갈지 아니면 '결'로 매듭을 지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앞으로의 '도정운영'과 그 평가만이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그는 2일 새벽 당선이 확정되자 '도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 오영훈, 도민의 염원을 실현하는 담대한 도전에 나서겠습니다. 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던지고, 제주와 도민의 미래를 위한 대통합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도민 대통합의 길에서 보수와 진보, 중도를 뛰어넘고,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제주인으로 하나 되는 '더 크고 넓은 제주', '역동적인 제주인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 중도, 세대와 계층을 뛰어 넘겠다'는 문장 여기에 그의 정치철학과 '시대정신'의 방점이 있다. 이게 정치적 수사(修辭)에 그칠 것인지, 어떤 결실로 도민들에게 안겨줄 것인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다만 그의 '담대한 도전'은 시작됐고, 도민들은 이를 박수를 치며 성원할 뿐이다.
KPI뉴스 / 강정만 기자 kj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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