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팬덤정치 타파, 인적쇄신 등 약속
盧 추도식, 지지층 결집 효과 기대 이하인 듯
강성·반성 두 기류 공존 …"내분 일면 또 패배" 더불어민주당 안팎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6·1 지방선거 판세가 확연한 열세인 탓이다. '책임도 없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또 고개를 숙였다. "정말 많이 잘못했다"고,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의 읍소가 중도층 표심을 잡을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박 위원장이 아무리 고개를 숙여도 호소력엔 한계가 있다. 그는 민주당에 뿌리가 있는 이가 아니다. 갑자기 영입된 인사일 뿐이다. 민주당에 지분도, 책임도 없다. 그런 사람이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인다. 정작 잘못한 이들은 어디로 가고?
박 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말 많이 잘못했다. 한 번만 더 부탁드린다.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다"며 약 10초간 고개를 숙였다.
이어 "'민주당이 왜 처절하게 반성하지 않느냐'는 질책, 왜 반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나오냐'는 아픈 소리도 많았다"며 "자리에만 목숨 거는 정치를 버리고, 국민과 상식에 부합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대선 패배 후 책임을 지거나 성찰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을 당면한 위기의 근본적 원인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크게 세 가지 측면의 '반성과 쇄신'을 제시했다.
먼저 민주당 고질병으로 꼽히는 '내로남불'이다. 박 위원장은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다"며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고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최강욱, 박완주, 김원이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의 성비위 의혹이 잇따라 터진 데 대한 내부반성을 촉구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는 '팬덤정치'다. 박 위원장은 "자기편이 아니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문제"라며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인적 쇄신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 용퇴 등 더 젊은 민주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의 기득권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정말 반성과 쇄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성과 쇄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득권 내려놓기'의 실천적 방안, 즉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오늘 내일 당내 논의를 거쳐 이번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위원장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건 광역단체장 8곳 사수라는 목표 달성이 점점 멀어지는 판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직전 대선주자인 이재명 상임고문을 선거대책위원회 총사령탑에 앉히고 계양을 보궐선거에 직접 등판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판세를 뒤집기는커녕 이 고문이 출마한 계양을조차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형국이다.
박 위원장이 "전국을 돌며 유세를 다니는 과정에서 민심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가슴 깊이 체감했다"며 "민주당이 지금 해야할 일은 정말 처절한 반성과 쇄신이고, 더 늦기 전에 사과를 드리는게 도리"라고 판단한 이유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계기로 지지층을 결집할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그 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박원석 전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추도사를 통해 '민주당이 잘 되도록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내긴 했다"면서도 "지지층을 확 결집시키는 메시지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닌 이상 정국에 파장을 일으키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박 전 의장은 문 전 대통령이 이 고문 등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오찬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원로들도 다 함께 했던 자리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되기는 좀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도식에서도 드러난 당내 이질적 기류, 세력 분열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봉화마을에서 박 위원장에게 야유를 보낸 일부 강성 지지층과 박 위원장의 '반성 행보'에 대해 "민주당에는 소위 '팬덤정치'에 주도되는 퇴행적 정당 운영 행태와, 반성을 통한 중도확장이 살 길이자 이번 선거의 승부수라고 생각하는 두 가지 기류가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엄 소장은 "이 고문 뿐 아니라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전국적으로 고전하는 데는 '검수완박' 강행 등 강성 지지층 목소리에 이끌려 온 전적들과 결국 맥이 닿아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박 위원장이 적절한 때에 적절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메시지를 두고도 '지나치게 반성하는 게 아니냐'는 식의 내분 양상이 벌어진다면 민주당은 또다시 '패배의 수렁'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