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jpg] 잇따른 국가 부고와 김정은의 '연출된 눈물'

김당 / 2022-05-23 09:43:57
A series of state obituaries and Kim Jong Un's 'directed tears'
원로 양형섭 이어 현철해 사망…김정은, 직접 시신 운구·예우 대조적
묵상 때 상의 호주머니 손 넣어 손수건 확인후 '눈물 훔치기' 연출
북한이 지난 12일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공표한 이후 국가 원로들의 부고(訃告)가 잇따랐다.

▲ 북한 노동신문 부고에 따르면 지난 13일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사망한 데 이어, 19일 인민군 원수인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이 사망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노동신문 부고에 따르면 지난 13일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19일 인민군 원수인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이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북한 당국이 지난 12일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처음 공식 인정한 이후에 각각 96세와 87세인 고령의 두 혁명 원로가 잇달아 사망했다.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사망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부고에서 양형섭과 현철해가 각각 뇌경색과 다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다장기부전은 2개 이상 장기에서 기능부전을 나타내는 것을 일컫는다. 심장과 폐의 기능부전일 수 있다.

다발성 장기부전의 원인을 밝히지 않아 알 순 없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도 원인일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은 폐로부터 산소가 체내로 흡수되는 양이 줄어드는 메커니즘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한 비상한 시국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두 국가원로의 장례식에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우선 양형섭 부고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두 최고기관 명의로 노동신문 2면에 실렸다.

"김일성훈장-김정일훈장 수훈자인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양형섭 동지는 뇌경색으로 5월 13일 22시 40분 96살을 일기로 애석하게도 서거하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의 충직한 혁명전사이며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각별한 보살피심 속에 생의 말년까지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을 위하여 적극 공헌한 노혁명가이다."

이에 비해 현철해 부고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등 4개 최고기관 명의로 노동신문 1면에 실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총고문인 조선인민군 원수 현철해동지가 다장기부전으로 5월 19일 9시 87살을 일기로 애석하게도 서거하였다는 것을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 인민군 장병들에게 알린다. 현철해동지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충직한 총대전사이며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충직한 혁명전우이다."

두 원로에 대한 장례의 예우도 달랐다. 국가장의식장인 4·25문화회관에 빈소가 마련된 현철해 원수에 대해서는 당, 정권기관, 근로단체, 성, 중앙기관, 시, 구역급 기관 일꾼들, 그리고 조선인민군 및 사회안전군 등 무력기관 장병들의 조문 행렬이 사흘간 이어졌다.

김정은, 양형섭과 현철해 장례식장에서 사뭇 다른 모습 연출

장례 예우만 달랐던 게 아니다. 그 무엇보다도 장례식에 참석해 유족을 위로한 김정은 위원장이 애도를 표하는 모습에서 사뭇 다른 장면을 연출했다.

조선중앙TV의 혁명활동소식 녹화보도를 비교하면 분량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김정은 위원장의 양형섭 조문 보도는 3분5초 분량인데 비해 현철해 조문 보도는 그 배가 넘는 6분54초 분량이다.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4일 마스크를 쓰고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의 영구를 둘러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 위원장은 양형섭 장례식장에서는 입장 순간부터 퇴장할 때까지 줄곧 검정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유가족을 위로할 때는 미망인의 손만 잡아주었을 뿐, 다른 유족들과는 가볍게 목례만 하고 퇴장했다.

반면에 현철해 장례식장에서는 입장 순간부터 퇴장할 때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또한 비감한 표정으로 현철해의 영구를 천천히 돌아보고, 미망인뿐 아니라 10명이 넘는 유가족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위로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귀중한 혁명동지를 잃은 비통한 심정을 안으시고 영구를 돌아보시었다"고 보도했다.

대비되는 가장 극적인 장면은 김 위원장에 이어 다른 참석자들이 시신을 돌아보며 유족을 위로하는 동안 김정은이 갑자기 울컥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보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현장에서 정치국 상무위원들에게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 인민들이 혁명적 무장력의 영예로운 위훈사에 금별로 새겨진 노혁명가의 빛나는 삶을 영원히 잊지 말고 그가 지녔던 충실성과 혁명적 신념을 따라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일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장례식장에서 의전 담당 현송월 부부장(맨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갑자기 울컥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양형섭 장례식과 달리, 인민군 장병들을 포함한 북한 4개 최고기관 성원들의 현철해 조문행렬이 사흘 내내 이어진 것은 그이를 따라배워야 한다는 김정은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두 원로의 장례식장에서 극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 것일까? 김정은의 심경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의 과거 언행에 비추어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다.

태영호 의원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김정은은 양형섭이 과거 미국 대선 당시 외신과 "우리는 조미 대화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인터뷰한 것을 문제삼아 이렇게 외무성 간부들을 크게 질책한 적이 있다.

"야. 그 늙은이(양형섭)가 내 승인도 없이 트럼프와 대화하겠다고 말할 수 있나. 나를 대표해서 말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줬는가. 나는 조선의 지도자이고 트럼프는 대통령도 안 된 후보인데 같은 급이 아니다. 외무성이 그 늙은이한테 그리 말하라고 써줬는가."

1925년생으로 알려진 양형섭은 김일성의 고종사촌 매부다. 양형섭은 김정일 후계구도가 확정되기 전까지 가장 강력한 김일성의 측근 중 하나였다. 그런 인물을 김정은은 '늙은이'라고 낮잡아 불렀던 것이다.

반면에 현철해는 노동당에서 정치국 위원, 중앙군사위 위원 등을 맡은 군부의 핵심 인물로 김정일이 군부를 장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현철해는 김정은에 대한 후계자 수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현철해의 영구를 직접 운구하다

▲ 김정은 위원장이 22일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영결식에 참석해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조용원·김덕훈·박정천·리병철과 함께 직접 영구를 운구하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더 극적인 장면은 22일 열린 4·25문화회관에서 발인식에서 연출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해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조용원·김덕훈·박정천·리병철과 함께 직접 영구를 운구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23일 1면에 "김정은 동지께서는 가장 존경하던 혁명선배이며 우리 군의 원로였던 견실한 혁명가를 잃은 크나큰 상실의 아픔을 금치 못하시며 고인의 영구를 메고 발인하시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두 사람의 애틋한 인연이 있었기에 김정은이 장례식장에서 비통함 심정으로 감정이 복받치는 울컥하는 표정을 짓고 눈물까지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중앙TV 녹화보도 영상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갑자기 울컥한 김정은의 눈물은 고도의 연출임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은 조문에 동행한 전체 참석자들과 함께 묵상을 한 데 이어 현철해의 영구를 천천히 돌아보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어 동행한 간부들의 조문이 끝나자 조용원·최룡해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불러 이런저런 지시를 했다.

아마도 발인식에서 현철해의 영구를 상무위원들이 직접 운구할 것을 이날 지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따로 정치국 상무위원들 5명하고만 현철해의 영구에 고개 숙여 다시 한번 애도를 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상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모습(영상의 6분40초 타임)이 포착됐다.

▲ 김정은 위원장은 현철해 장례식장에서 묵상 중에 상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손수건이 있는 것을 확인(맨위)한 후 잠시 뒤에 장례식장을 나가면서 슬쩍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장면(위)을 연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 위원장은 이어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면서 상의 호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묵상 중에 상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손수건이 있는 것을 확인후에 장례식장을 나가면서 슬쩍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김정은의 의전비서관 역할을 하는 현송월 부부장은 공교롭게도 양형섭 장례식장에선 볼 수 없었지만, 현철해 장례식장에서는 김정은이 머문 내내 눈에 띄었다.

현송월은 카메라 앵글이 이동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따라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카메라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다른 각도에서 찍은 카메라 앵글에 찍히는 것을 피하진 못했다.

혹시 김정은의 울컥 눈물과 손수건도 같은 의전 전문가로서 현송월에게 '야간 열병식을 해보라'고 조언해준 것으로 알려진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이 코치해준 것은 아닐까?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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