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 빠진, 왜곡된 물가통계…"2%p는 더 뛸 것"

안재성 기자 / 2022-04-22 16:29:19
주택을 투자자산으로 봐 제외…"통계 왜곡·국민 불신 초래"
"집값 포함 시 2%p 상향 전망…체감물가와 괴리 좁혀질 듯"
지난 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저물가가 걱정될 만큼 낮았다. 2017년 1.9%, 2018년 1.5%, 2019년 0.4%, 2020년 0.5%, 2021년 2.5%였다.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였다. 집값이 미쳐 날뛰는데 물가는 고요했던 거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4.1%로 10년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미국(8.5%)의 절반에 불과하다. 1~2월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엔 맹점이 있다. 집값 변동률을 반영하지 않는다. 체감물가와 동떨어지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친집값'의 시대엔 괴리가 특히 심하다. 전문가들은 자가주거비를 빼면서 통계가 왜곡된다고 지적한다. 이를 포함할 경우 2%포인트 가량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국내 물가 통계에는 '집값'이 제외돼 있어 체감 물가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물가 통계에서 자가주거비란 본인 소유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뜻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세를 줬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임대료 수익, 재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유지·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국내 물가 통계에는 집세, 즉 전·월세 등락폭만 반영된다.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에서 주거 관련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9%에 불과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6개월 간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109% 폭등했다. 이 수치가 통째로 빠지니 물가지수가 현실과 멀어지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 타 선진국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자가주거비도 물가 통계에 포함시키고 있다. 물가지수에서 주거 관련 비용의 비중이 미국은 약 32%에 달한다. 영국은 약 26%, 독일은 약 21%, 캐나다는 약 19%, 일본은 약 18%다. 

자가주거비를 물가 통계에서 뺀 이유에 대해 통계청은 "집을 투자자산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택은 매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경우가 많다"며 "상품이라기보다 투자자산의 성격이 강해 소비자물가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주체별로 볼 때 아파트 매매가 일상적인 것은 아니라 물가지수 산출에서 제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데 필수적인 의식주 중 주(住)를 빼고서는 제대로 된 통계를 만들기 어렵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가주거비 제외는 소비자물가 통계를 왜곡시킨다"고 꼬집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통계 왜곡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부 통계에 대한 국민 불신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체 가계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소비자의 생계비 부담을 측정하는 물가지수의 취지를 생각하면 자가주거비를 편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한은 관계자 역시 "자가주거비를 물가지수에서 제외한 탓에 체감 물가와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면 물가상승률은 얼마나 뛸까. 김상봉 교수는 "2%포인트 가량 상향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상인 교수와 김정식 교수도 정확한 수치를 내놓진 않았지만,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현재의 물가 통계가 왜곡돼 있다는 뜻이다. 자연히 체감 물가와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정식 교수는 "집값 상승세를 반영하면, 물가지수와 체감 물가 사이의 괴리가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한은도 지난해 9월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저임금, 공무원 연금 등이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움직인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집값 포함 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주택대출 이자가 증가하면서 물가지수가 더 오르는, '어긋난 현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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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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