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석, 70년 여정의 '항해일지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강정만 / 2022-04-09 09:02:19
전 제주대총장 등을 지내며 얽힌 '삶과 일' 의 기록
자전적 에세이로 학자이면서 요직 거친 족적담아
'소라다방' 시절 회상 등 달변가 다운 해학도 물씬
고충석 전 제주대총장이 자전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을 펴냈다.

이 책은 자전 에세이라고 명명했듯 70년 동안 우도(소섬)에서 태어나 제주대 총장까지 지내며 살아온, 저자의 인생기록이다. 머리말의 한 구절대로라면 '살아온'이 아닌 '살아낸' 자기 역사이며, 다르게 표현하자면 제주 섬에서도 소섬 '촌놈'이 돛단배를 타고 풍랑을 헤치며 살아온 '항해 일지'다. 

▲고충석 총장의 자전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표지.[강정만 기자]


책머리에서 "그간 살아오는 길에 많은 난관이 있었다. 인생을 살아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머니가 해상 상인이어서 제 또래에서는 제때 대학에 들어갈 정도로 유복했고 중2때 제주시로 전학해 중학교를 다닐 정도였지만 고 2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고생을 했다. 그리고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때까지를 그의 연표에서 '고생력(歷)' 부분으로, 다음 부분은 그의 성공력으로 나뉘면서 '인생은 고진감래'라는 진부한 프레임 속에서 맴도는 듯하다. 하지만 틀렸다. 그는 선친의 '향학열'로 소섬(우도)에서 제주시로 중학교 전학, 연세대 졸업,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돈 걱정없이" 산 행운아다. 

"(아버지)덕분에 대학 시절에 웬만한 학생들이 다 하는 아르바이트 한번 해본 경험이 없다." 

책 곳곳에는 교유했던 제주대 선후배 중 고인이 된 분을 추억하면서 미안함을 표현하는 글이 자주 나온다. 그의 개방적이고 활달한 천성이 성장과 함께 품을 넉넉하게 만들어 많은 지인을 두었고 우정을 쌓았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들이다. 

'소라다방의 전설'이라는 소제목 글에서는 해학마저 물씬 풍긴다. 제주도에서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유명인들이 성장기 때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다방에 모여 앉아 시를 읊고 낭만을 얘기했다고 하는 얘기, 특히 이들을 '골빈당'이라고 칭했다는 회고에는 웃음보가 터진다. 그는 사석에서 유모어를 섞어 가며(전혀 학자 답지 않게) 좌중을 휘어잡는 달변가이기도 하다.

▲고충석 전 제주대총장[강정만 기자]
 

그는 제주대 교수로서 누구 못지않은 학자이면서도 제주대 총장, 시민단체 대표, 제주발전연구원장, 국제평화재단 이사장, 제주국제대 초대 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지금은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특히 제주대의 발전,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쓴 얘기들은 그가 타고난 '일꾼'이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물론 총장 선거에 얽힌 '비사'도, 제주지역 정치에 나설까 고민했던 얘기도 털어놓았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이며 철학자였던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의미는 개개인에게는 개인적인 의미의 문제로 끝나겠지만, 그와 동시에 집합체로서 동시대의 민족사 자체가 되기도 한다. 이 사실을 깨닫고 다시 보면 개인적 의미와는 별도로 각자가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개인을 넘어서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자기역사를 쓴다는 것/다치바나 다카시/이언숙 옮김/ 바다출판사(2018)173쪽> 

고충석의 개인 역사는 그 개인에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수 있어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제주도와 이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되돌아  본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의 책 속에는 우리의 어제를 돌아보면서 생각을 가다듬어 보게 하는 사실(史實)과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정파적 경쟁으로 도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던 전직 제주도지사 3인을 '제주판 3김'으로 꼬집으며 "아름다운 퇴장"을 외쳤던 2013년 7월의 그 칼럼과 함께. (도서출판 장천 刊)

KPI뉴스 / 강정만 기자 kj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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