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안보리 연설 "부차 학살은 전쟁범죄"…중국 "검증 필요"

김당 / 2022-04-06 08:48:19
Zelenskyy at the UN accuses Russian military of war crimes
"뉘른베르크 재판처럼 정의 세워달라"…안보리서 러시아 퇴출 요구
UN주재 美대사 "러, 인권 자격 없어…유엔 인권이사회서 퇴출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에 설치된 것과 같은 국제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가 강대국일지라도 "지정학적·경제적 영향력과 관계없이 국제법 위반은 처벌받는 정의를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가리켜 "안보리 거부권을 죽음의 권리로 바꿔 사용하는 나라"라고 비판하면서, 이같은 현실이 "세계 안보의 구조를 허물고, 그들(러시아)이 처벌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상태를 방치해 "유엔을 닫을 준비가 됐나"라고 반문한 뒤 "대답은 '노(No)'"라고 밝히며, "그들(러시아)이 자신의 침략에 대한 안보리 결정을 막을 수 없도록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보리가 보장해야 할 안전은 어디 있나, 평화는 어디 있나, 유엔이 보장해야 한 안전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안보리에 촉구했다.

화상 연설이 끝나자 주요 국가 대사들은 박수하며 지지를 표시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의 침략과 만행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한다"면서 러시아는 인권을 담당할 자격이 못되므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박탈하려면 193개 유엔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무시무시한 사진들을 잊을 수 없다"며 "실질적인 책임 추궁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 조사를 즉각 요구한다"고 이날 회의에서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4일(현지 시각) "부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봤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쟁 범죄자"이라 칭하고, "전범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영상 조작' 주장 거듭…중국, 러시아 감싸며 두둔

하지만 러시아는 민간인 집단학살이 '조작'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 스크린에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숨진 민간인들의 사진이 공개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차에서의 민간인 집단 학살 정황과 관련해 러시아의 전쟁 범죄 혐의를 거듭 주장하며 재판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 [AP 뉴시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부차가 러시아의 통제 하에 있는 동안 "현지인 중 단 한 명도 폭력적인 행동을 당한 적이 없다"면서 거리에 있는 시신의 비디오 영상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연출한 "조잡한 위조"라고 항변했다. 

네벤쟈 대사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군을 살인자와 성범죄자로 묘사했다면서 "반러시아 히스테리를 부채질하고 있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비열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P통신은 부차 현지를 취재한 기자들은 민간인 옷을 입은 수십구의 시체를 세면서 만행을 목격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인터뷰했고, 또한 막사 테크놀로지(Maxar Technologies)의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는 많은 시신이 러시아군이 도시에 주둔하고 있는 동안 몇 주 동안 야외에 누워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를 감싸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안보리에서 "부차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의 영상과 기사는 아주 끔찍하다"면서도, "사건의 전후 상황과 정확한 사건의 원인에 대한 검증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사실에 근거한 비판만 가능하다"며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장 대사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며,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Bucha)의 집단 매장지에 숨진 사람의 손이 삐져나와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우크라이나 언론인들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 학살 의혹이 불거져 러시아와의 협상을 내면적으로 수용하기 쉽지 않으나 "우리에겐 다른 선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차 등지에서 벌어진 일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대화를 추구하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러시아와의 정전 협상은 지속해 나갈 뜻임을 밝혔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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