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가계·자영업자 부채 리스크…"LTV·DSR 완화할 때 아냐"

안재성 기자 / 2022-03-29 16:47:22
금융위, "인수위에 정책 제안 안 해"…"결국 新정부 뜻대로 갈 듯"
작년말 가계부채, GDP의 106.1%…"가계부채가 소비 회복 제약"
IMF "LTV·DSR 더 강화해야"…가계부채 누증·부동산 상승 우려
오는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정책방향은 '규제완화'다. 가계대출 규제도 적극적으로 풀 태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가계대출 총량규제 폐지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는 물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부채 저승사자'로 불리는 고승범 현 금융위원장은 교체가 예상된다. 그렇다고 금융위가 적극 호응하는 기류는 아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29일 "대출규제와 관련, 어떤 정책 제안도 인수위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벌여오다 다시 규제를 풀어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으로 돌아서는 건 머쓱한 일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결국 새로운 정부의 뜻에 맞춰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새로운 정부가 LTV·DSR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계부채 규모가 너무 커 규제 완화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지금 LTV와 DSR을 풀어줘도 될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9일 발표한, 한국 정부와의 '2022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LTV와 DSR 규제는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는 "낮은 대출금리, 높은 신용대출, 부동산 투자수요 등에 의해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위해 대출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DSR에 손을 대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누증된 가계부채 규모가 무척 크다는 점이 가장 문제시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총 2180조 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2057조 원) 대비 106.1%를 기록했다. 전년 말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카드사용액), 소규모 자영업자 부채 등을 더한 통계다.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뜻한다.  

무거운 가계부채는 가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대비 부채비율은 173.4%로 전년 말 대비 4.3%포인트 올랐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증가할수록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며 "이는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누증된 가계부채가 민간소비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최근 가계대출이 감소 추세이기는 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1618억 원으로 2월말 대비 7755억 원 줄었다. 1~2월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세 흐름이 유력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가계 신용대출은 1조2273억 원 축소됐지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각각 6200억 원 및 1666억 원씩 늘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20년 '임대차3법' 시행 후 갱신된 전세 계약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종료되면서 전셋값이 폭등할 위험이 크다"고 걱정했다. 그는 "전셋값 오름세가 전세대출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대차3법은 2020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를 의미한다. 법 시행 후 임차인들은 전세보증금을 5%만 올려주는 조건으로 전세 계약을 2년 갱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갱신권 사용이 끝나면, 신규 계약과 마찬가지가 된다. 임대인들은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 높은 전세보증금을 요구할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여러 모로 잠재된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 더 가계부채와 경제 추이를 지켜본 뒤 대출규제 완화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김지원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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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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