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세 온상 전락한 대한민국 최고급 오피스텔 '롯데 시그니엘'

김이현 / 2022-03-29 14:11:12
법인명의(업무용)인데 주거용으로 쓰는 사례 비일비재
법인이 비용 대납…"법인세·소득세 탈루에 횡령 의심"
세무서는 사전고지후 실사…입주자는 짐 빼가며 '눈속임'
"꼼꼼히 하면 왜 모르겠나… 형식적 실사에 그치는 것"
'시그니엘'이라는 오피스텔이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있는 대한민국 최고급 오피스텔이다. 3.3㎡(1평)당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런 곳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1. 평일 낮 시그니엘 지하 주차장은 한산하다. 저녁이나 주말엔 딴판이다. 주차장이 꽉 찬다. 휴일인 지난 27일 오후 지하주차장은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쉐 등 '슈퍼카'들이 즐비했다. 시그니엘은 법적으로 상업시설이다. 주거시설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평일 낮에 주차장이 차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엔 비어야 맞는다. 그런데 정반대다. 이게 무슨 일인가.

#2. 시그니엘에선 종종 '짐을 빼는' 소동이 벌어진다. 살림살이를 빼 복도나 화물칸에 뒀다가 다시 들인다. 이사하는 것도 아닌데 이삿짐센터를 부른다.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일인가. 세무서의 현장조사에 대비하려는, '눈속임'이라고 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언제까지 계속 그런 숨바꼭질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건 '형식'과 '실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그니엘은 업무용 시설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피스텔은 관할 구청에 주거용으로 신고한 경우 주택으로 분류된다. 그러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업무용으로 간주된다. 

실제로는 거주하면서 업무용으로 위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복수의 부동산업 관계자, 세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다수 시그니엘 입주자들의 '위장'엔 불법적 의도가 깔려 있다. 탈세와 횡령이 대표적이다. 

법인 이름으로 보유해놓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특히 의심스럽다. 법인 사무실인 양 위장해놓고 실제로는 대표나 임원이 거주한다면 법인세 탈루, 소득세 탈루, 회사돈 횡령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일요일인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오피스텔 '시그니엘' 주차장.  람보르기니, 페라리,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쉐 등 '슈퍼카'들이 즐비했다. [탐사보도부]

48%가 법인 소유, 실제로는 주거용

UPI뉴스가 시그니엘 전체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전체 223실 중 108실(48.4%)이 법인, 84실(37.7%)이 개인 소유였다. 나머지 31실은 미분양 19실과 외국인 매입 12실이다.

절반이 법인 소유인 건데, 법인 소유라고 해서 사무실로 쓰이는 게 아니다. 입주민과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열 중 아홉은 주거용으로 쓰이고 있다. 법인 소유 오피스텔도 대다수가 주거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말이다. 시그니엘 한 입주민은 "이웃한 한 회사소유 객실은 말로는 외부 손님용 레지던스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회사 대표가 주거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여러 불법 논란이 불가피하다. 우선 법인 명의로 매입해놓고 누군가 살고 있다면 배임, 횡령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개인이 부담해야 할 주거비용을 회사 돈으로 대준 꼴이기 때문이다. 주거비용엔 오피스텔 매입 때 차입한 대출 이자는 물론 관리비 일체가 포함된다.

관리비는 기본관리비와 실관리비(전기·수도요금 등)가 합산 부과되는데, 기본관리비만 3.3㎡당 2만5000원 정도. 100평 기준 기본관리비만 월 250만 원이며 실관리비를 합산하면 많게는 500만 원대까지 나온다고 한다. 

여기에 탈세 혐의가 추가된다. 우선 거주자 개인 입장에선 소득세 탈루가 된다. 세무사 J는 "본인 소득으로 내야할 주거비를 회사 돈으로 대납케 한 꼴이니 그 비용만큼 소득세를 탈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 법인 입장에선 법인세 탈세가 된다. 업무용으로 위장된 해당 부동산 비용(대출 이자, 관리비, 집기 구입 등)이 3억 원이라면 그 만큼이 법인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회계사 K는 "개인이 부담해야할 비용을 회사 비용으로 전가함으로써 본인 소득세도 줄이는 동시에 회사 법인세도 줄이는 효과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법인 대표 A가 법인 명의로 시그니엘을 매입해 살고 있다면 법인은 법인소득세를, A는 개인소득세를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한 대형세무법인 관계자는 "세입자로 들어가는 경우에도 개인 명의가 아닌 법인 명의로 계약하면 이와 같은 비용 전가와 법인세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부가세 문제도 있다. 업무용 시설일 경우 부가세 환급까지 받는다. 총 분양가의 10% 규모여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채 당 매매가격이 60억~7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업무용으로 등록해놓고 주거용으로 쓸 경우 부가세 6억~7억 원을 탈루할 수 있다.

시그니엘은 미분양분(19실)을 제외한 204실의 평균 매입가격이 64억 원이며, 전액 현금으로 거래된 곳은 48실, 나머지 156실의 평균 대출금은 56억 원 가량이다.

▲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물산 제공]

허술한 세무당국…알면서 모르는 척?

시그니엘에서 벌어지는 '숨바꼭질'과 '각종 탈세'는 행정당국이 실사만 제대로 해도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이다.

관할 당국은 지방세를 징수하는 서울 송파구청, 국세를 부과하는 잠실세무서다. 지방세인 재산세는 주거용보다 업무용에 대략 10%가량 더 많이 부과된다. 우선 송파구청의 현장조사 강도가 세지 않은 건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일선 세무서의 현장 실사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부동산 중개업 관계자는 "세무서에서 불시에 들이닥치는 게 아니라, 사전 고지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사전 고지를 하면 해당 입주자는 이삿짐센터를 불러 짐을 빼는 소동을 벌여가며 업무용 공간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회계사 K는 "미리 짐을 빼고 위장을 한다고 해도 실사를 꼼꼼히 하면 업무와 무관한 공간임을 입증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오피스텔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회사 정관상 사업목적에 비춰 업무 연관성이 있는 건지 등 디테일을 샅샅이 조사하면 그걸 왜 모르겠냐"고 했다.

한마디로 "실사를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KPI뉴스 / 송창섭·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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