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이어 DSR도 완화되나…전면전 완화 전망도
"집값 상승에다 가계대출 부실 확대 위험 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전부터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고 위원장은 깐깐하게 가계대출을 관리했다.
올해는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올해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6%대'였던 작년보다 한층 더 강화된 '4~5%'로 제시했다. 또 1월부터 총대출 2억 원 이상 차주 전부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했다.
그런데 3월이 되자 엄격했던 금융당국의 태도가 봄눈 녹듯이 녹아내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이미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월까지만 해도 가계대출을 철저히 관리하라던 금융당국이 요새 조용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이 갑자기 늘어난 은행 지점에는 현장검사를 나오겠다는 겁박도 사라졌다"고 했다.
은행들의 규제 완화 요청에도 너그럽다. 최근 은행들은 갱신 시 전세대출을 전세보증금 증액분까지만 내주던 정책을 폐기했다.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한도를 늘리고, 작년에 없앴던 우대금리를 부활시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움직임은 금융당국과의 조율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의 태도가 왜 갑자기 바뀐 걸까. 올해 1~2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한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대통령선거 결과의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가계대출 총량규제 폐지를 공약했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지역·집값에 상관없이 70%로, 생애 최초 주택 구매의 경우는 80%까지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듯하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있었던 일"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여기서 총량규제 폐지에 동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LTV 완화는 물론, DSR 완화 이야기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LTV를 풀어도 DSR이 그대로면 별 효과가 없다"며 "인수위 측에서 DSR 완화를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으로는 먼저 DSR 대상 확대 연기가 꼽힌다. 오는 7월부터 총대출 1억 원 이상 차주 전부로 DSR 규제 적용 대상이 확대될 예정인데, 이를 미루는 것이다.
청년층 혹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대상으로 DSR 한도를 완화해주는 안도 거론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DSR을 완화해주는 건 LTV 완화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했다.
보다 과감한 방안, 전 차주 대상으로 은행권 DSR을 50%로 완화해주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한도는 더 크게 풀어주는 안도 이야기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LTV를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까지 완화해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DSR은 DTI보다 더 강화된 개념이다. 둘 모두 연간 대출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눠 구하는데, DTI 산정 시 기타 대출(카드론,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 등)은 이자만 포함된다. 하지만 DSR은 기타 대출도 원리금이 모두 포함돼 더 깐깐하게 규제한다.
그는 "DTI나 DSR을 충분히 풀어줘야 LTV 완화의 효과가 나기 때문"이라며 "인수위 측에서 과감하게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인수위의 제안에 금융위가 강하게 저항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가계부채가 막대한 규모로 부푼 상태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건 위험하다는 우려가 적잖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7.8%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사용액)을 합친 가계부채 통계다. 여기엔 사실상 가계부채인 소규모 자영업자 부채는 빠져 있다. 이를 합치면 실질 가계부채 는 2000조 원을 넘어선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173.4%로 1년 전보다 4.3%포인트 높아졌다. 가계 빚이 소득보다 훨씬 더 커진 상태다. 한은은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염려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DSR에 손을 대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DSR 완화는 주택 공급이 대규모로 이뤄질 때 함께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주택이 공급되기 전에 DSR부터 풀어주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이는 가계대출의 부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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