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뛰고, 경기는 힘 빠지고…韓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하나

강혜영 / 2022-03-15 15:36:56
우크라 사태·공급망 차질…3월 물가상승률 4%대 전망
"연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 국면 진입" vs "경기침체 아냐"
한국경제가 심상찮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공급망 차질,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덮친 탓이다. 설상가상 형국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물가가 고공비행하는데, 경기는 침체된 현상을 가리킨다. 

▲ 유가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이미 물가는 무섭게 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3.7% 올랐다. 2012년 2월(3.0%) 이후 3%대를 기록한 적이 없던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0월부터 벌써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와 곡물 가격은 요동치는 중이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며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 내구재 중심의 근원물가도 오름폭이 확대되고 있다. 근원물가란 주변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물품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물가를 말한다.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 충격에 크게 출렁이는 농산물, 석유류 따위가 제외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3월 물가상승률은 4%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넘게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면 경기는 침체의 늪에 더 빠져들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초부터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경기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말까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2%대 초반에 머물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여기에 다른 요인 때문에 성장률까지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은은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물가는 크게 올랐지만, 경기 침체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국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는 "수출 호조, 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 모두 잠재 수준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 10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 회복세가 양호하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전망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15일 "지금도 같은 스탠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 우려도 나온다. 슬로플레이션이란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하강의 정도가 약할 때 쓰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 재정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위험이 높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한은의 금리인상이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슬로우플레이션을 염려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2배 가까이 폭등한 점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슬로우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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