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으려 개인사업자 등록…위험한 '편법대출'

안재성 기자 / 2022-03-07 16:37:15
사업자대출 LTV 최대 95% 가능…DSR 규제는 아예 없어
"사업목적 외 이용 시 대출 회수, 3년간 추가 대출 제한"
직장인 이 모(38·남) 씨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졌는데, 가계대출 규제 탓에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고민하던 중 지인에게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면 대출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편법을 쓴다는 게 망설여졌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개인사업자로 등록했다. 이어 저축은행에서 사업자 주택담보대출로 5000만 원을 빌렸다. 

직장인 조 모(40·남) 씨는 부모의 병환으로 갑자기 큰 돈을 지출할 일이 생겼다. 자가 소유자지만 기존 대출만으로도 이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는 꽉 찬 상태라 추가로 대출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백방으로 알아보던 중 한 대출모집인을 만났다. 대출모집인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면 최대 LTV 95%까지 빌릴 수 있다"며 편법 등록을 권했다. 그러나 편법 대출은 여러 모로 리스크가 커 조 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 사업자대출 규제는 가계대출 규제보다 훨씬 약하다. 이 점을 악용, 사업을 영위할 생각이 없음에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는 직장인들이 생겨나고 있다.[뉴시스]

현재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시가 9억 원 이하 주택의 경우 LTV 40%로 제한된다. 9억 원 초과 15억 원 이하 주택의 LTV는 20%이며, 15억 원 초과 주택은 0%다. LTV 규제는 은행과 2금융권이 동일하다. 

또 총대출 2억 원 이상의 차주 전부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은행의 DSR 한도는 40%, 2금융권은 50%다. 

그에 비해 사업자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할 경우 은행에서 LTV 80% 한도가 적용된다. 2금융권에서는 최대 95%까지 가능하다. DSR 규제는 아예 없다. 

이처럼 가계대출보다 사업자대출의 규제가 훨씬 더 약하다. 때문에 직장인이면서도 단지 대출을 위해 개인사업자 등록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편법을 권하는 대출모집인들도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사업자 등록부터 대출까지 2주 만에 가능, LTV 최대 95%' 등의 광고 문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 등록 절차는 매우 쉽다. 누구나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 후 몇 가지 사항 입력만으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 사업의 실체가 없어도 따로 확인하지 않으며, 대개 3일 내로 사업자등록증이 나온다. 

사업장 주소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유 오피스 혹은 자가 주소로도 가능하다. 어떤 대출모집인은 "자가를 사업장 주소로 하려면, 주택을 사무실로 쓰는 게 일반적인 전자상거래 업종으로 하는 게 좋다"는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사업자등록증만 나오면, 이를 내밀어 금융기관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건 쉽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신용·담보대출 모두 차주가 실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 여부를 까다롭게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은행은 1년 이상 실제 사업을 영위한 차주에게만 사업자대출을 내준다. 그밖에 최근 6개월 이상 매출액 발생, 세금 납부 증빙 등 다양한 증빙 서류를 요구한다. 

그러나 2금융권,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다르다. 한 대출모집인은 "저축은행, 캐피탈 등에서는 주택 등을 담보로 내밀 경우 실제 사업을 영위한 기록이 없어도 사업자 등록 직후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금융권에서도 신용대출은 깐깐하게 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2금융권이 은행보다는 금리가 높지만, 온라인투자연계(P2P) 금융이나 대부업체보다는 낮다. 주택담보대출은 아직 한 자릿수 금리로 가능해 편법 대출의 유혹에 넘어가는 차주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편법 대출에는 나름의 리스크가 따른다. 사업자대출은 사업자금으로 쓰라고 빌려주는 돈이다. 그 외 용도의 돈은 개인사업자라도 가계대출 명목으로 빌려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이 사업자금으로 쓰였는지, 주택 구입이나 생활비 등 다른 목적으로 쓰였는지는 추적이 힘들다는 점을 악용하는 차주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발각될 경우 해당 대출은 즉시 회수당하며, 향후 3년 간 금융기관에서 추가 대출이 제한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안재성 기자

안재성 / 경제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