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매형 집에서 尹·安 담판…安, 마음 바꾼 계기는

장은현 / 2022-03-03 17:56:13
尹·安 3차 TV 토론후 만나…張·이태규 회동 추진
安 "단일화 각서 지킨 적 없어…결국은 신뢰다"
尹 "종이 쪼가리 말고 날 믿어달라…安 믿겠다"
하태경 "安 결단 계기, 주변 인사들 단일화 제안"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 윤 후보가 지난달 27일 단일화 결렬을 공식화했으나 전날 양측 간 물밑접촉이 재개돼 결실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단일화 결렬 당시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던 안 후보는 주변 인사들의 강한 단일화 요구 등을 읽은 뒤 결단했다고 한다.

▲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선대본부 하태경 게임특별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후보는 이날 오전 12시 30분에서 1시 사이 집을 향하던 차에서 '방향을 바꿔라'라고 해 안 후보를 만나러 갔다"며 "3차 TV토론이 끝날 때까지도 확신을 못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 밤 10시 토론을 마치고 집으로 이동하던 중 방향을 틀어 안 후보를 만나러 갔다는 것이다.

윤, 안 후보가 만난 장소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매형인 성광제 교수 집이다. 안 후보가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할 때 성 교수가 옆방을 사용했고 안 후보의 동그라미 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정도로 두 사람이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하 의원에 따르면 윤 후보가 지난달 27일 안 후보로부터 단일화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했을 때 최종 합의문은 실무진 협의를 통해 만들어진 상태였다. "의지 변화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당시 합의안과 최종 안이)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하 의원은 설명했다.

그는 "전날 다시 (양 측간) 물밑접촉이 시작된 것 같다"며 "그 직전 안 후보의 심경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실무진 협의는 장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TV토론 시작 후 오후 9시쯤 서울 모처에서 만나 윤, 안 후보의 '심야 담판 회동'을 추진했다. 

하 의원은 특별히 추가된 내용이 없는데도 안 후보가 마음을 바꾼 이유에 대해 "진짜 여론이 무엇인지 안 후보가 읽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에서 함께 하던 시절,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안 후보가 외국에 가 다양한 경험도 하고 홀로 성찰·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그러면서 안 후보의 정치, 안 후보 주변이 많이 성숙됐고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최근 단일화 할 가능성이 70%라고 얘기했는데, 그 근거가 안 후보 측근들의 얘기였다"고 했다. 안 후보 주변 인사 대부분이 '단일화를 하자'는 쪽이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단일화에) 안 후보 정치 미래가 있고 활로가 있다"며 "그렇지 않고 독자 완주를 감행하면 허무 개그로 끝나버린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에 쉽게 응하지 않은 것을 놓고서는 "안 후보가 정치 구력이 좀 된다. 이번 대선을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강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민의당 내에서도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며 "안 후보가 단일화를 제안할 때 '압도적 정권교체'를 얘기했다. 방법은 차이가 있지만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영향을 미쳤을 거고 안 후보가 결단했다"고 해석했다.

하 의원은 윤, 안 후보의 단일화가 대선 투표율과 자력 승리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보통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차범위 내인데 (실제 투표에서는) 오차범위 밖에서 이길 거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양당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성 교수 집 담판 회동에서 시작부터 웃음이 터져 나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심야 편의점에서 구해온 '맥주 4캔'도 한몫을 했다. 이 자리에는 장, 이 의원도 배석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얘기하는 정치교체, 세대교체, 시대교체에 공감한다. 그러나 현 정부를 교체하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꿈꾸는 그것들을 이룰 수 있겠나"라며 적극 설득했다. 또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소명을 우리 둘이 받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저도 바라는 바인, 안 후보의 개혁과 실용주의, 과학기술 어젠다들을 이룰 수 있다면 저는 뭐라도 할 수 있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안 후보는 "내가 단일화도 해봤고 정치적 약속도 해봤는데, '종이'(합의문)는 다 필요 없다"며 단일화 '진정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는 이어 "결국은 신뢰다. 어떻게 신뢰를 보장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외람되지만 저는 참 유능한 사람"이라고 자랑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결정을 신속하게 내렸지만, 그 결정을 혼자 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에게 재차 "인재를 크고 넓게 쓰겠다. 우리 함께 유능한 정부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요청했다.

윤 후보는 "현재와 같은 위기의 시대에 안 후보는 과학기술 강국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있지 않나"라며 "안 후보는 저를 믿으세요. 저는 안 후보를 믿겠다"고 했다. 또 "믿고 손잡고 가자. 성공한 정부를 만들자. 같이 가자"고 거듭 부탁했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앞에 두고 다른 얘기를 할 게 뭐 있나. 잘해야죠"라며 단일화 담판을 마무리했다. 150분 만에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심야 담판이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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