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가격 하락에 자금 이탈…"당분간 약세 지속될 듯" 최근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은행 예금과 채권 시장의 자금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 10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총 666조7246억 원으로 지난해말(654조9359억 원) 대비 11조7887억 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총 수신 잔액도 1754조3592억 원에서 1780조1396억 원으로 25조7804억 원 부풀었다.
이는 금리 상승으로 확정금리 상품인 은행 예금의 매력이 올라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상하면서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0.5~0.8%포인트 가량 뛰었다.
그런데 똑같이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인 채권은 오히려 인기가 떨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8일 기준 최근 한 달간 6479억 원이 순유출됐다. 해외 채권형 펀드(-1960억 원)까지 합치면, 총 8439억 원이 이탈한 셈이다.
이런 흐름은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채권형 펀드의 순유출 금액은 4조1865억 원에 달했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은 채권 금리에도 상승 압력을 가했다. 15일 국고채 3년물 금리(장 마감 기준)는 2.345%로 1월말(2.189%) 대비 0.156%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말(1.798%) 대비로는 0.547%포인트나 급등했다.
국고채 5년물 금리(2.524%)도 1월말보다 0.128%포인트, 지난해말보다 0.513%포인트 뛰었다. 10년물 금리(2.710%)는 1월말 대비 0.124%포인트, 지난해말 대비 0.460%포인트 상승했다. 불과 한 달여 새 채권 금리가 0.5%포인트 가량씩 상승한 것이다.
채권 금리가 빠르게 뛰고 있음에도 예금과 달리 오히려 인기가 하락하는 것은 두 상품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마인드가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목적인 반면 채권을 사는 소비자들은 만기 전에 되파는 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때문에 채권 가격에 민감하다"고 진단했다.
채권은 금리가 오를수록 가격은 거꾸로 내려간다. 예를 들어 내가 연 2% 금리의 채권을 보유 중인데, 시장에서 해당 채권의 금리가 연 2.5%로 오른다면 내 채권의 매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가격은 떨어진다.
반대로 해당 채권의 금리가 연 1.5%로 낮아진다면, 내가 보유한 연 2% 금리의 채권은 매력적인 매물이 돼 비싸게 팔 수 있다. 시중금리가 오를수록 채권 시장이 부진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12월 7.0%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7.5%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골드만삭스 등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7회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은도 기준금리를 5~6회 올릴 거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은행 예금과 채권 금리도 같이 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은행 예금의 인기는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며 "한동안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채권 금리의 상승 압력이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5%, 국고채 10년물은 3.1%까지 오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기 전까지는 채권시장 약세가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분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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