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채용비리 등 '소송 리스크' 여전…"전례 감안 시 승소 가능성 높아" '김정태號'가 10년 만에 돛을 내린다. 이제 '함영주의 시대'다. '함영주號'가 닻을 올리고 출항 채비중이다.
하나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함영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함영주 후보는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함 후보는 '상고·비주류·변방 출신' 성공 신화를 써내려간,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된다. 1956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서울은행은 2002년 하나은행과 합병됐다.
함 후보는 영업으로 성장한 뱅커다. 탁월한 영업실적, 위아래 두터운 신임으로 '충청의 하나은행장'으로 불렸다. 충청영업그룹 대표(부행장)를 지낼 때다.
2015년 9월 하나·외환은행 합병 후 초대 통합 하나은행장에 오른 것은 변방 출신 성공신화의 시작이었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함 부행장은 전략·재무통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물리치고 통합 하나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덩치만 큰 공룡은 멸종"…빅테크 추격 뿌리쳐야
은행 환경, 전망은 밝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거듭 인상하면서 은행의 이익도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대외환경이 모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업체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무거운 짐이 함 후보의 어깨에 걸려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초 "덩치만 큰 공룡은 멸종한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첫 번째 과제로는 하나은행 모바일뱅킹 어플리케이션인 '하나원큐'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증대가 꼽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나원큐 MAU는 327만 명으로 5대 은행 중 꼴찌다. KB국민은행(771만 명), NH농협은행(669만 명), 신한은행(651만 명)의 절반 수준이며, 우리은행(436만 명)에도 뒤진다. 국내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모바일 앱 MAU는 1523만 명에 달한다.
하나은행 디지털 자산관리센터는 올해의 핵심 키워드로 '초개인화'를 선정했다. 개인 맞춤화를 통해 최적의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이용 고객을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4가지 대표 트렌드로 '편리미엄, 참여, 투자여정, 데이터기반'을 꼽았다. 고객의 투자성향 및 니즈 파악 등 상품 판매를 중심으로 한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투자한 포트폴리오 진단, 리밸런싱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부문 발전도 주요 과제다. 지난 2014년 김 회장은 2025년까지 전체 순이익에서 글로벌 부문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하나금융의 글로벌 비중은 약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부문의 이익 증대를 위해 하나금융은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 시장, 특히 동남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은 잠재력이 높으면서 아직 금융 서비스 발전이 미비해 국내 은행의 진출이 용이하다"며 "국내보다 금리가 높은 부분도 수익성에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6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과 협업해 인도네시아에 라인뱅크를 만들었다. 7월에는 싱가포르 자산운용사를 신규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내로 대만 타이페이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타이페이지점은 국내 최초다.
함 후보는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노력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탄소회계금융협회(PCAF)에 가입했으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20%를 감축할 방침이다. 나아가 2050년까지 전 사업장의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여전한 '소송 리스크'…16일 DLF·25일 채용비리 1심 선고
함 후보가 다음 달 주총에서 차기 회장으로 확정되기 전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소송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는 것이다.
현재 두 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내린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함 후보가 제기한 행정소송은 오는 16일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오는 25일에는 채용비리 관련 1심 선고가 나온다. 함 후보가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 학벌 우대, 남녀 차별 등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에 대한 재판이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두 재판 모두 함 후보가 승소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두 재판의 1심 선고가 나온 뒤에 차기 회장으로 내정해도 될 텐데도 미리 결정한 것에서 하나금융의 자신감이 엿보인다"고 평했다.
지난해 8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같은 성격의, DLF 관련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손 회장에 대해 법원은 현행법상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함 후보 재판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법리"라고 말했다.
손 회장 재판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제도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금융사 이익에 맞게 왜곡·조작됐으며, 경영진의 탐욕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으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채용비리 관련 재판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재판 결과가 전례로 거론된다. 조 회장은 채용비리 연루 혐의로 1심에서 유죄(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해 11월의 2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은 채용비리, 그 자체를 처벌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함 후보도 마찬가지 이유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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