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초점 맞춰 '액셀'만 밟다 사모펀드 사태 초래 금융감독원은 최근 검사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종합·부문검사에서 정기·수시검사로 개편한다는 게 골자다. '종합검사'는 시험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기말고사에 비유되곤 한다.
수험생격인 금융사들이 환호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금감원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2015년 종합검사 폐지 때와는 딴판이다. "예방 측면에서는 오히려 검사 기능이 강화됐다"는, 이찬우 수석부원장의 발언에 동의하는 기류다.
금융사고 예방 기능이 강화된다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쉬움, 찜찜함이 남는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공언했던 금융감독 개편은 시도조차 않은채 임기를 다 채우고 말았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은 '액셀(금융정책)'과 '브레이크(금융감독)'의 분리다. 두 기능은 모순적이다. 서로 충돌한다. 자본시장을 키우려 속도를 내려면 브레이크를 함부로 밟으면 안된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 사모펀드 사태가 생생한 사례다. 둘 모두 금융위원회에서 '액셀'과 '브레이크'를 모두 쥐고 있는, 금융감독시스템 아래서 벌어진 참사다. 자본시장을 육성하려 규제는 완화하고 감독 기능을 약화시킨 결과다.
물꼬는 박근혜 정부가 텄다.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사모펀드 진입 문턱을 대폭 낮췄다. '선수'들이나 입장하던 시장에 노년의 '문외한'이 노후자금을 털어넣는 일이 그래서 가능해졌다. 동시에 감독기능은 위축시켰다. 금감원 종합검사 폐지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브레이크는 액셀의 위세에 눌려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했고, 숱한 투자자들이 절망에 빠졌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막기 위해선 결국 독립적 금융감독기구가 매의 눈으로 시장을 감시하는 워치독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게 금융감독 개편의 요체다.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에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려했는데 실패한 게 아니다. 시도조차 없었다. 100대 과제는 그저 구색갖추기 장식일 뿐이었다.
그 결과 달라진 게 없다. 금감원에서 다시 '종합검사'라는 용어가 사라지게 됐을 뿐이다. 액셀과 브레이크는 여전히 붙어 있다. 이번 개편으로 금융사고 예방 기능이 오히려 강화됐다는 설명에 흔쾌히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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