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중립성 사수에 조해주 사퇴…文 무리수 부메랑

허범구 기자 / 2022-01-21 17:05:47
선관위 2900명 모두 반기…초유 사태에 조, 백기
文대통령, 순방현지서 사의 수용…중립성 논란 부담
조 "후배들에 상처… 중립성 논란에 깊은 사과"
중앙선관위 조해주 상임위원이 21일 연임을 고집하다 "사퇴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선관위원 꼼수 연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역풍이 거셌기 때문이다.

중동을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현지에서 조 상임위원 사의를 수용했다.

▲ 중앙선관위 조해주 상임위원이 지난해 4월 7일 경기 과천시 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친여 성향이 강한 조 위원이 연임되면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성은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는 '중립성'이 존재 이유다.

선관위 모든 직원이 똘똘 뭉쳐 중립성 사수를 위해 조 위원 연임을 막았다. 1차적으론 초유의 연임을 욕심 낸 조 위원이 지탄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사표를 반려하며 연임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인사권 무리수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연임 의욕이 강했던 조 위원은 전날 중앙선관위 실·국장단, 과장단, 사무관단 일동의 사퇴 요구가 나오자 물러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선관위 지도부도 사퇴 촉구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사실상 2900명 선관위 직원이 모두 들고 일어나 대통령 뜻이 반영된 조 위원 연임에 반기를 든 셈이다. 선관위 60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선관위 상임위원은 임기(3년)를 마치면 바로 퇴임하는 게 관례다. 조 위원은 최근 임기 만료에 따른 사직서를 문 대통령에게 제출했지만 문 대통령은 반려했다. 관례를 깨고 조 위원이 비상임 일반위원으로 전환해 임기 3년을 더 하도록 한 것이다. 조 위원은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이다. 야당은 정치 편향, 선거관리 불공정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조 위원은 이날 선관위 내부망 게시판에 선관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24일 임기가 끝나는 그는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후배님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글에서 "위원회의 중립성·공정성을 의심받게 된 상황에 대해 후배님들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 먼저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지난해 7월 처음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반려됐지만 "그때 사표가 수리되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7월과 올해 초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으나 두 차례 모두 반려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조 위원 사의를 수용했다. 순방중에 결재를 할 만큼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조 위원 거취 문제가 정쟁화되면서 선관위의 중립성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국민의힘은 "만시지탄"이라고 밝혔다. 선대본부 전주혜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임기 말 '꼼수 알박기' 시도는 애초부터 없어야 했지만, 재차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하니 만시지탄"이라고 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문 대통령이 인사권을 악용해 무리수만 두지 않았다면 선관위 전체가 집단 항의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낯뜨거운 상황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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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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