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자세' 역설한 정몽규, '학동 참사'에선 무얼 배웠나

김지원 / 2022-01-12 17:08:49
HDC현대산업개발의 새해 출발은 희망찼다. 정몽규 회장은 '배움의 자세'를 역설했다. '종합금융부동산그룹' 도약의 포부도 밝혔다.

지난 5∼7일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에서 열린 계열사 사장단 미래전략회의에서다. 정 회장은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로 회사뿐만 아니라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고, 유병규 HDC현산 사장 등 참석 인사들은 '종합금융부동산그룹' 도약의 포부를 가슴에 새겼다.

이런 사장단 회의 내용이 공개된 바로 그날(11일) 현산이 시공중인 고급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내렸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2단지 22층~38층 사이 16개 층 외벽이 붕괴돼 현장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3명은 부상한 채 구조됐다. 

어처구니없는 참사이자, 예고된 인재였다. 주민들은 진작 위험을 예감했다고 한다. 복수의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공기를 줄이려고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기 전에 공사를 밀어붙인 것"이라며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고 규정했다. 돈의 논리에 매몰돼 안전이라는 '기본'을 지키지 않았고, 그 결과 건설현장에서 자꾸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는 진보하고 있다. 당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7일)이 임박했다. 그런데 건설업계는 아직도 이 모양임을 HDC현산이 유감없이 보여준 꼴이다. 처벌받는다면 현산은 가중처벌감이다.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붕괴 사고를 낸 게 불과 7개월 전이다. 당시 철거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도로를 지나던 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크게 다쳤다. 

'학동 참사' 역시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철거 방식,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시도, 허술한 관리, 하청에 하청으로 엮인 사업 구조가 만들어낸 인재였다. 

이렇게 공사 현장의 기본인 안전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종합금융부동산그룹이란 포부가 가당키나 한가. 배움의 자세를 역설하면서 정작 7개월 전 참사에선 무엇을 배운 것인지 알 수 없다.

새해 벽두 펼친 정몽규 회장의 이상과 포부는 높고 아름답지만 현실은 비루하고 참혹하기만 하다. 

▲ 김지원 기자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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