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퍼붓고 떠난 김종인…"정권교체, 두고 봐야 할 일"

허범구 기자 / 2022-01-05 14:30:41
선대위 재합류 여부에 "그런 일 절대 안 일어난다"
"3자가 뭐라 얘기하나…누가 대통령되든 관심없다"
'윤핵관'에 "굉장히 불편…물러났다고 물러난 건가"
"후보교체, 있을 수 없다"…이번엔 '킹메이커' 불발?
중도성향 금태섭·정태근·김근식 측근 3인방도 철수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윤석열 대선 후보와 갈라섰다. 어렵게 손을 잡은 지 33일 만이다.

이번 대선에선 '킹메이커' 역할이 어려워 보인다. 그가 선대위직을 던지며 재합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아서다. "그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난다"고 쐐기를 것이다.

▲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가운데)이 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개인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윤 후보의 선대위 전면 개편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김 전 의원장은 기자들과 일문일답하면서 불쾌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윤 후보를 '윤씨'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윤 후보와 대한 서운함과 불만, 배신감이 엿보였다.

그는 '정권 교체가 어려워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윤 후보 전화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인사치레 전화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뭐 특별한 얘기가 있겠느냐"며 "앞으로 조언을 좀 잘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저렇게 돼 내가 별로 조언해 줄 것도 없다"고 했다. "앞으로 선대위를 만들어 새로운 체제로 간다고 그러는데, 거기다가 제3자가 뭐라고 해줄 얘기가 있겠느냐"고도 했다. '제3자' 운운은 조언, 지원, 협력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김 전 위원장은 '윤핵관(윤 후보 핵심관계자)'에 대한 노여움도 숨기지 않았다. 윤 후보 측근인 권성동, 윤한홍 의원은 이날 당직·선대위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나 "그게 물러났다고 물러난 것인가"라고 평가절하했다. "지금도 밖에 직책도 없는 사람이 영향력을 다 행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윤 후보 측근들에 대해 "내가 굉장히 불편한 사람들"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선대위를 같이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별의별 소리를 측근들이 많이 했다는데, 그런 식으로 해서는 선거를 승리로 가져갈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쿠데타'를 했다느니 이딴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도와줄 용의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잘하리라 생각하고 방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할 때는 만정이 떨어진 표정이었다.

그는 "'별의 순간'이라는 게 지켜지려면 쉽게 가는 게 아니다"라며 "사람을 어떻게 선택해 쓰느냐 하는 안목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건데 그런 게 없었으니 이런 현상이 초래된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를 거듭 저격한 셈이다.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나중에 후보들끼리 서로 의논할 사항"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부터 누가 단일화해 대통령이 되든 나는 관심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윤 후보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내가 위원장을 맡는다고 해도 지지율은 이미 떨어지게 돼 있다. 미리 연말이 되면 한 5% 정도 이재명(후보)에 질 거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선대위를 그렇게 운영해왔는데 누구한테 그런 책임을 전가하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다만 '후보 교체설'에 대해선 "지금 있을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른바 '김종인 사단' 3인방인 금태섭 전략기획실장과 정태근 정무대응실장, 김근식 정세분석실장은 선대위가 개편되더라도 더이상 활동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측근인 정태근 정무대응실장(왼쪽), 김근식 정세분석실장이 5일 서울 종로구 김 전 위원장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선대위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뉴시스] 


이들 3명은 김 전 위원장과 대응책을 논의한 뒤 같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를 위한 직언과 고민들이 지금 후보한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위원장님께서도 사퇴를 하시게 됐고 저희들 역시 일을 좀 그만두게 됐다"고 밝혔다.

금 실장은 SNS에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잘 해내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라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김 전 위원장과 중도 성향인 금 실장 등이 선대위에서 빠지면서 윤 후보의 외연 확장 행보는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3인방과 저녁을 함께하며 "대한민국 국운이 다했다"고 한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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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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