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수모 당하는 윤석열…'심기일전'만이 사는 길

허범구 기자 / 2022-01-04 09:50:00
선대위 개편안 패싱에다 "후보는 연기만" 얘기들어
지지율 추락 위기…경쟁력 의구심 빚은 본인 책임
"내 스타일로 성공"…'甲인식'에 조언 무시·짜증
"제가 부족한 탓…새 마음으로 심기일전하겠다"
장성철 "고집·성공방정식 버려야…내편 늘려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4일 선대위 개편을 놓고 숙고를 거듭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오늘 당사로 출근하지 않고 집이나 바깥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전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운데)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지지율 하락과 선대위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윤 후보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내분은 진행 중이다. 선대위는 '폭파'돼 재건이 시급하다. 대선은 64일 남았다.

윤 후보 처지는 지금 말이 아니다. 갖은 수모를 당하고 있다.

그토록 경계했던 '김종인 상왕론'이 가시화했다. 그것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입을 통해서다. 장소도 의원총회 공개 석상이여서 고약하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얼마나 후보를 깔보고 하는 소리인가"라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 후보를 때렸다. 송영길 대표는 "윤 후보가 허수아비 껍데기라는 것을 자인했다"고 꼬집었다. 전용기 의원은 "윤 후보는 김종인 꼭두각시로"라며 "박근혜 시즌2"라고 했다.

윤 후보는 '패싱'도 당했다. 김 위원장이 전날 선대위 전면 개편 방침을 발표한 건 전격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와 상의 없이 "저질렀다"고 했다.

▲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윤 후보는 한때 크게 화를 내며 일정을 중단한 바 있다. 결별설이 돌 만큼 분위기가 험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그러나 전날 밤 "선거에 대해 많은 분이 걱정하시는 것은 오롯이 후보인 제 탓이고 제가 부족한 것"이라고 자성했다. "국민께 그 부분에 대해선 정말 깊이 사과도 드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선대위에 쇄신과 변화를 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후보가 위기를 맞은 건 '8할'이 본인 책임이다. 지지율 하락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가장 심각한 건 '윤석열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다. 잦은 말실수는 인식·사고방식·철학의 문제로 번졌다. 국민의힘 입당을 "부득이한 결정"이라고, 이재명 후보를 "같잖다"고 표현한 것은 비근한 예다. 보수층, 진보층 반감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살골이 셀 수 없다.

윤 후보는 지난 2일 1분 40초 가량 '한국형 반값 임대료 프로젝트'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짧은 새 공약 내용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숙지가 안 된 듯 더듬거리기 일쑤였다. 원고를 읽어내려가다 여러 대목에서 전주혜 대변인 등 주변 참모 조언을 구하고 확인하는 등 '준비 안 된 후보'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장면은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윤 후보가 토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한 방에 설명됐다"는 개탄이 나왔다.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은 '배우자 리스크'와 '이준석발 내분'도 중요 원인이다. 그러나 이도 따지고 보면 윤 후보에게서 비롯한다.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과 이준석 대표 '선대위 이탈'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지 않아서다. 김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은 평가가 좋지 않다. 내분이 지속되는 건 윤 후보 정치력·리더십 부족으로 비친다.

당 안팎에선 윤 후보가 확 바뀌지 않으면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윤 후보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것으로 지적된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권 압박에 맞서 '공정', '상식' 가치를 지키며 대변해온 인물이다. '반문 진영' 구심축으로 자부심이 클 법하다. 그런 만큼 자기 인식, 스타일이 확고할 수 있다. 정계 입문과 대선 후보로 이끌었던 이 점이 이젠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는 갈수록 주변에 짜증을 잘 내고 사람 만나기를 싫어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람들이 나를 만나면 왜 자꾸 조언을 하려고 하냐"며 "그동안 내 스타일대로 해서 쭉 이겨왔어"라고 말한다고 한다.

한 정치 전문가는 "검찰조직 수장을 지낸 윤 후보 입장에선 선대위 갈등과 내분 상황에 대해 '이 놈들 왜 내 말 안듣지'라고 의아해하고 불쾌해할 것"이라며 "자기가 '승리해온 갑'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몸을 낮추고 조언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후보가 자기 방식대로 경선에서 승리한 것도 '독'이 된 것 같다"며 "자신감이 자만, 오만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대구가톨릭대 장성철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자기 고집과 그동안의 성공 방정식을 버려야 한다"며 "정치는 함께하는 것이라 내 편을 많이 만들어야 성공한다"고 충고했다. 장 교수는 또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선 안된다"며 "화난표정, 격앙된 말투는 비호감도를 높인다"고 주문했다.

윤 후보가 확 바뀌어야 김 씨 등 '가족 리스크'에 대한 대응과 선택이 과감, 냉철해질 수 있다는 게 당내 공감대다. 아울러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 등 측근 정리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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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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