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으로 해 넘기는 野…김종인·이준석 만남도 '빈손'

허범구 기자 / 2021-12-31 15:01:03
李 "선대위 복귀 생각 없다"…金 "복귀 별의미 없다"
李 "尹 만날 생각 없다"…"尹 지지율 포위돼 황당"
金 "정신 못차리면 문제"…홍준표 "방자하다, 남탓"
李엄호 하태경·잠행 유승민…與 원팀과 대조적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31일 만났으나 '빈손'으로 헤어졌다. 올해 마지막날 두 사람 오찬은 '이준석발 내분' 수습의 분수령으로 꼽혔다.

그러나 소득이 없었다. 제1야당이 자중지란으로 해를 넘기는 한심한 상황이 됐다. 그것도 대선을 불과 68일 앞두고서다. 

▲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이 31일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이준석 대표와 오찬을 함께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두 사람은 서울 마포 한 식당에서 1시간 30분 가량 점심을 함께하며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서로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식사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선대위에 돌아오고 안 돌아오고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다.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선대위 복귀를 설득했으나 실패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 대표는 취재진에게 "특기할 만한 입장 변화는 없다"며 "김 위원장과 상황 공유 정도 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와 만날 생각은 없나'라는 질문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선대위 해체 주장을 고수했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가 31일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대위 이탈'이라는 초유의 사태 후 내홍과 반목에 휘청거리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집안을 다스리는 리더십,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책임이 가장 크다. 이 대표 잘못도 버금간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선대위직 사퇴 후 윤 후보를 저격하는게 일상이 됐다. 쉴새 없이 언론 인터뷰, 방송 출연을 하며 윤 후보와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을 때리는 중이다. 내부 이견·갈등을 사실상 중계방송하며 내부총질을 해댄다는 비판이 많다. 

전날 TBS 라디오에선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이 "황당하다"며 선대위 해체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이후로 제가 당대표 하면서 11월까지는 어떤 여론조사를 봐도 저희가 50% 이상의 득표를 했다"며 "그러다 보니까 지금 선대위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분들에게 10~30대는 잡아놓은 고기라는 인식을 준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자 조사를 보니 그분들이 얼마나 오판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60대 빼놓고는 거꾸로 다 포위당했다"며 "제가 그거 보고 있으면 황당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충돌로 적전분열이 깊어지면서 당 홈페이지 '할말 있어요' 게시판은 항의, 성토의 글로 들끓고 있다. '이준석 사퇴론' '후보교체론'을 제기하는 글이 매일 수백건씩 올라온다. 

▲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 캡처.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보도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현재의 지지율 추이를 보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정말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싸움질에 골몰하는 당 내부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서도 "누구는 고집이 없나, 마음만 조금 바꾸면 끝날 일"이라며 "두 달만 참으면 된다"고 충고했다.

그러자 홍준표 의원이 발끈했다. 홍 의원은 이날 2030과의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을 통해 "방자하다"며 김 위원장을 직격했다. "자신의 무책·무능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책임전가를 하니까 화가 난다. 느닷없이 자기 책임을 남에게 돌리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와 홍 의원이 "자기정치를 위해 마이웨이로 일관한다"는 평가가 앞선다. 둘의 독자행보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이낙연 전 대표와 비교된다. 송 대표는 이재명 후보를 지나치게 엄호해 당 중진의 질타를 받았다. 경선 패배 후 51일 잠행을 접은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와 동행을 본격화했다.

다른 경선 낙선자들도 지원 모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등판했다. 이 후보 후원회장을 맡아 "원팀 넘어 드림팀으로 완성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 의원도 윤 후보를 적극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 참여자는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을 빼곤 대부분 비협조적이다. 하태경 의원은 윤 후보측을 탓하며 이 대표를 감싸고 있다. 지난 27일엔 "(윤 후보가) 이준석 죽이기에만 매몰된다면 청년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후 잠행중이다. 윤 후보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신년회동을 한다. 내홍이 길어지자 '원팀 회동'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효과는 미지수다.

당내에선 "유 전 의원이 차라리 잘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하소연도 나온다. 도와주지 않아도 침묵하면 분란은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제1야당 현주소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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