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재점화 곤혹 이재명…"김문기 몰랐다"서 "기억에 없다"

조채원 / 2021-12-24 12:13:21
金과 찍은 해외출장 사진들 공개에 李 뉘앙스 변화
9박11일 일정표엔 李 일행 쇼핑몰·동물원 등 누벼
野 "모를 수 없는 일정"…유족 "유동규, 金 뺨때려"
지지율 추가 하락 조짐과 의혹 확산에 '부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4일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개발1처장에 대해 "실제 하위직원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성남시장 재직 때 김 처장을 몰랐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김 처장과 해외 출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들을 공개하며 거짓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 후보 해명 뉘앙스도 "몰랐다"에서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기억에 없다"로 달라진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015년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과 함께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가서 찍은 사진. [국민의힘 이기인 성남시의원 제공]

이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처장을 몰랐다"고 부인한 것이 "인지를 못 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9박 11일 일정으로 김 처장과 해외(호주·뉴질랜드 출장)를 같이 다녀왔는데 모를 수 있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그 사업(출장 목적인 트램)을 하는 게 도시공사라서 같이 간 것"이라며 "같이 간 하위직원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당연히 저를 다 기억하겠지만 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도지사가 된 후) 대장동(개발이익으로) 5500억 원을 벌었다고 했더니 허위사실 공표로 검찰에 기소를 당했다"며 "대장동 개발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잘 몰라 내용 파악을 하느라고 제일 잘 아는 사람을 연결해 달라고 해서 그때 연결된 사람이 김 처장"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 존재를 인지한 것이 도지사가 되고 나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 후보는 해외출장이 2015년으로 비교적 최근이고 인원이 11명밖에 되지 않는데 모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누군지 제 전화번호부에 입력은 돼 있는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는 연결이 안 된다"며 "기억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해외출장에서 많은 일정을 함께 해 김 처장을 모를 리 없다는 주장이 이날 제기됐다.

조선닷컴이 국민의힘 이기인 성남시의원과 김은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해외출장(2015년 1월6~16일) 일정표에 따르면 이 후보와 김 처장은 호주 오페라하우스와 현지 재래시장 등을 하루에도 수차례 함께 방문했다. 출장자가 총 11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후보가 김 처장을 모를 수 없었던 일정이었다는게 야당 지적이다.

일정표를 보면 이 후보 일행은 2015년 1월 12일 쇼핑센터, 트램 전통상권, 컨벤션센터, 놀이시설, 보크/스완스톤 스트릿 등 1시간 단위로 바쁜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1월 14일엔 하버브릿지, 수산시장과 재래시장, 시드니 타워 및 동물원도 같이갔다.

이기인 시의원은 "출장에 동행한 해당 공무원들의 동료들에 따르면, 관광은 물론 방문단을 두 팀으로 나눠 운동을 했다는 의혹 제보까지 있다"라며 "추가로 제보 받는 자료와 증거들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김 처장 사망으로 대장동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그는 전날 SBS TV에 출연해 "미치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빨리 특검을 통해 대장동 의혹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장동 재점화로 지지율도 하락 조짐이다. 국민의힘 자중지란으로 반사이익을 노려볼 수 있는 타이밍인데도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등 4개사가 전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20∼22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 실시)결과에 따르면 이, 윤 후보는 다자 가상 대결에서 각각 35%, 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주 전 조사보다 이 후보는 3%포인트(p), 윤 후보는 7%p 하락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전날 YTN 뉴스에서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시 또 살아나고 불붙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그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지지율 하락의 추세가 지금은 윤 후보보다는 좀 늦춰졌지만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처장이 억울하게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비치며 의혹이 확산하는 것도 이 후보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김 처장 동생 김 씨는 전날 빈소가 마련된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인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에 반대하다가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에게 따귀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초과이익 환수에 대해 본부장 등 윗선에 결재 서류를 여러 차례 제출했는데 다 반려되고 통하지 않았다"며 "이런 부분들 때문에 구속된 유 전 본부장과 다툼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처장은 대장동 사업 특혜와 직결된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과정에 관여했던 실무 핵심 관계자다. 검찰과 경찰 수사, 성남도공 자체 감찰 등에서 김 처장은 이 조항을 결정한 책임자로 몰린 상태다. 김 씨 회견은 이를 반박하며 조항 삭제 반대 결재 서류를 반려한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윗선'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그런 만큼 '윗선'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 이두아 대변인은 논평에서 "유 전 본부장 말마따나 마음 약하고 세 살이나 더 많은 김 처장의 뺨을 때려야 할 정도로 거스르지 못할 윗선의 명이 있었나"라며 "이 후보의 반대편에서 진실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은 끝내 그 입을 열 수 없었다, 우연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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