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자해', 대표·중진은 '총질'…野, 낙선이 목표?

허범구 기자 / 2021-12-23 10:02:12
윤석열 극빈층 폄하 실언…홍준표 "나도 모르겠다"
이준석 "尹 '민주주의'에 당황…장제원, 핵관 선언"
김종인 "불협화음…자기기능 넘지말라" 윤핵관 경고
윤건영 "尹리더십 부재…李 아이잠투정, 洪은 포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3일 "실언이 선거전략"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윤 후보는 전날 전북대학교에서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른다"고 말해 '비하 논란'을 불렀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운데)가 23일 광주 북구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공사 현장을 방문해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그분의 실언에 국민이 쫓아다닐 여유가 없고 너무 피곤한 일"이라고 비꼬았다.

윤 후보 말실수는 이제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렇게 자주 자해하는 후보를 본 적이 없다"고 개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후보와 측근, 대표까지 오직 한 마음. 낙선을 목표로 뛰는 모양새"라며 국민의힘 사분오열을 질타했다. 

후보·측근·대표 외에 '내부 총질'을 즐기는 중진들도 빼놓을 수 없다. 홍준표 의원이 대표적이다. 홍 의원은 이번에도 윤 후보 실언을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나도 모르겠다 이제"라고 푸념했다. "포기했다" "대책이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전날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 청문홍답 게시판을 통해서다.

이준석 대표는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선대위 이탈'이라는 초유의 돌발 행동을 감행했다. 당 게시판에는 "무책임하다" "당대표직도 사퇴하라"는 항의 글이 빗발친다. 그는 선대위직 사퇴후 윤 후보과 주변을 깎아내리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 밤 CBS 라디오에서 자신과 조수진 최고위원의 갈등을 '민주주의'에 빗댄 윤 후보 발언에 불쾌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윤 후보가) 민주주의 발언을 했을 때 굉장히 당황했다"며 "(조 최고위원과의 갈등) 상황이 전달이 제대로 됐다면 이게 민주주의 영역에서 평가받을 건 아닐 텐데,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10초 정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 "(조 최고위원과의 갈등이)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며 "굉장히 부적절한 일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선 "선대위에 참여를 안 하는 장제원 의원이 저도 모르는 일을 줄줄이 한다"고 전했다. "(장 의원이) 선대위 사람들을 열거하며 질타한다. 장 의원이 '핵관'을 선언한 것"이라도 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이)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이 윤 후보 사모를 험담한다고 얘기하고, 주호영 조직본부장도 여기저기 안 좋은 말이 들려온다고 한다"고 시시콜콜 소개했다.

제1야당이 적전분열에 이르게 된 1차 원인은 윤 후보 측근그룹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일부 측근이 갈등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들이 기득권, 밥그릇을 지키려고 '충성 경쟁'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윤 후보와 당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제 발등 찍기인 셈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에서 각 기능을 담당하는 분들은 자기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노력하되 그걸 초과해 다른 어떤 기능을 한다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걸 인식하고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가운데)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김 위원장은 "선대위가 내부적인 불협화음이 있어 제 기능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경고했다. 윤핵관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위원장은 "어떤 사람은 '나는 후보와 가까우니 내 나름대로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맡은 임무 외에 자기 기능을 발휘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래도 당 내분의 최종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 윤핵관 등 측근 그룹과 비서실을 관리, 통제하는 건 윤 후보 몫이다. 윤 후보가 작심하면 윤핵관 정리는 어렵지 않다. 한 정치 전문가는 "정치 초짜인데다 당 경험이 없는 윤 후보에겐 측근 그룹은 든든한 방어막"이라며 "이들을 처내면 힘이 빠지고 고립될 수 있다는게 윤 후보 판단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윤 후보는 자신을 상대로 김종인 위원장과 이 대표가 파워게임을 하고 있다는 인식도 있는 듯하다"며 "김건희 의혹 대응에 대한 시각차는 이런 저런 요인이 복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건희씨 의혹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덮고 지나가자는 게 윤 후보 측 대응 방식이었다. 반면 의혹을 적극 해명하며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와 선대위의 주장이었다. 윤 후보 측은 이 대표 의견에 밀리면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해 강력 저항한 것으로 보인다. 조 최고위원이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항명한 이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윤 후보가 '배우자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윤 후보는 김 씨 문제를 비롯해 곤란하고 부담스러운 이슈에 대해 직언이나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가 적잖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정무실장인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윤 후보 리더십이 안 보인다는 것"이라며 "김종인 위원장 뒤에 숨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홍 의원은 윤 후보를 포기하고 이 대표는 어린아이 잠투정하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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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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