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보유세, 한국이 훨씬 낮아…고가 다주택자 '엇비슷' 주택 보유세 논란이 끝이 없다. '종부세 폭탄'이란 레토릭은 상징적이다. 주택 보유세는 원론적으로 재산세(지방세)를 말한다. 여기에 고가 주택의 경우 종합부동산세(국세)가 더해진다.
대선 정국에서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여야 후보들은 '보유세 깎아주기' 경쟁 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면제 한도를 높인 데 이어 부동산 공시가격 동결, 고령자 종부세 납부 유예 등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도 합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서민·중산층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완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폭탄'이란 표현이 등장할 만큼 한국의 주택 보유세가 높은 걸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주요국과 비교한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주택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실효세율은 0.16%로 OECD 평균(0.53%)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다. 미국(0.90%), 캐나다(0.87%), 영국(0.77%), 프랑스(0.55%) 등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물론 지난 3년 간 집값 폭등으로 인한 종부세 부과 대상 증가,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 등에 의해 한국의 주택 보유세가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주요국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윤영훈 조세재정연구원 세수통계 태스크포스팀(TFT) 팀장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주택 보유세 실효세율은 0.17%로 캐나다(0.79%), 프랑스(0.42%) 등보다 훨씬 낮다. 2019년 기준 미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95%, 영국은 0.79%로 한국의 5~6배 수준이다.
윤 팀장은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주택 보유세 실효세율은 꽤 낮은 편"이라며 "지난 몇 년간 꾸준한 상승 추세이나 여전히 낮다"고 진단했다.
1세대 1주택자는 한국이 훨씬 유리…미국의 6분의 1 수준
실제 사례를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저가 주택과 고가 주택을 제외한, 미국의 일반적인 주택의 보유세율은 1.0~1.2% 가량이다.
필라델피아에서 미화로 시가 85만 달러(약 10억1200만 원)인 주택의 연간 보유세는 8300달러(약 990만 원)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가 100만 달러(약 11억9100만 원)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1년에 1만1000달러(약 1310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뉴욕 브루클린 지역의 시가 120만 달러(약 14억3000만 원) 주택의 보유세는 1만8000달러(약 2140만 원)다.
지역에 따라 사치재로 분류되는, 고급 주택의 보유세율은 2%가 넘기도 한다. 뉴욕 맨해튼 지역에서 시가 200만 달러(약 23억8200만 원)인 고급 주택의 보유세는 4만4000달러(약 5240만 원)다.
캐나다의 주택 보유세율도 보통 1.0~1.2% 수준이다. 핼리팩스에서 캐나다화로 시가 50만 달러(약 4억6100만 원) 주택의 보유세는 5600달러(약 520만 원)다.
토론토에서 시가 120만 달러(약 11억 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매년 1만 달러(약 920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이들 나라에 비해 한국은, 특히 1세대 1주택자는 세금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우선 보유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국은 각 주별로, 또 도시별로 보유세 부과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한국처럼 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기도 하고, 매수가를 기준으로 부과하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시가에 거의 근접해 있다. 즉, 보유세 부과기준이 이미 현실화돼 있다.
그러나 한국은 2030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55.8%,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0.2%다.
재산세 최저세율은 0.1%이며, 최고세율(과세표준 3억 원 초과 대상)도 '57만 원+3억 원 초과금액의 0.4%'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방교육세(재산세액의 20%)와 도시지역분(과세표준의 0.14%)이 추가되지만, 이를 모두 합해도 주요국보다 매우 적은 편이다.
예를 들어 시가 10억 원, 공시가격 7억 원인 아파트의 연간 재산세는 160만 원이다. 시가 6억 원(공시가격 4억200만 원) 아파트의 소유자는 매년 약 60만 원의 재산세만 내면 된다.
고가 주택에는 종부세가 붙지만, 종부세 대상자는 94만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8% 수준이다. 특히 1주택자는 종부세 면세 한도가 11억 원이며, 재산세 중복분이 차감되기에 그리 부담이 크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시가 25억 원(공시가격 17억 원, 과세표준 6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올해 종부세는 평균 50만 원 정도"라고 발표했다.
시가 20억 원(공시가격 14억 원) 아파트의 총 보유세는 568만 원이다. 재산세가 445만 원, 종부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123만 원씩 부과된다.
똑같이 시가 10억 원 가량의 주택에 대해 미국의 보유세는 약 1000만 원, 한국은 약 160만 원 정도다. 한국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주요국보다 높기도"
다주택자의 경우는 확실히 한국이 별로 유리하지는 않다. 다주택자에게는 종부세를 중과하기 때문이다.
1주택자의 종부세 면제 한도가 11억 원인데 비해 3주택 이상자 혹은 규제지역 2주택 이상자의 면제 한도는 6억 원이다. 1주택자의 종부세율은 0.6~3.0%이고, 다주택자는 1.2~6.0%다.
기재부는 올해 주택분 종부세 5조7000억 원 중 다주택자(48만5000명, 2조7000억 원)와 법인(6만2000명, 2조3000억 원)이 전체의 88.9%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가 10억 원의 주택 1채를 보유한 사람과 규제지역에 시가 5억 원 주택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의 보유세는 차이가 컸다.
보유주택의 시가 총합이 10억 원(공시가격 7억 원)인 다주택자는 올해 종부세 41만 원을 포함해 총 226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시가 20억 원(공시가격 14억 원)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의 보유세는 961만 원이다. 시가 40억 원(공시가격 28억 원)일 경우는 약 3400만 원에 달한다.
여전히 미국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차이가 크게 줄어든다. 미국에서 시가 40억 원 주택의 보유세는 4000만~4800만 원 수준이며, 고급 주택일 경우는 8000만 원이 넘는 보유세를 내기도 한다.
해외 부동산 중개업자 A 씨는 "주요국 중 한국의 종부세와 비슷한 개념의 세금이 있는 나라는 프랑스뿐"이라며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주택별로 보유세가 부과되며, 다주택자란 이유로 중과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때문에 고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보유세는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더 많이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높은 보유세는 집값을 억누르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교민 B 씨는 "보유세, 관리비 등의 지출을 감안하면 셋집에 사는 것보다 메리트가 별로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집값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며 "캐나다는 토론토, 밴쿠버 등 대도시 중심가에서도 한화 10억~15억 원 수준의 가격으로 30평대 아파트나 뒷마당이 딸린 2층짜리 단독주택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심가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5억~10억 원 수준으로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미국 뉴욕에 사는 교민 C 씨는 "뉴욕 집값, 특히 맨해튼 지역의 집값이 엄청나게 비싼 건 맞다"면서도 "퀸즈, 브롱크스 등에서는 한화 10억 원으로 30평대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외로 나가면, 건평 수백 평대의 단독주택이 10억~15억 원 정도로 거래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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