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사실상 실손보험 20% 인상 거절"…애타는 손보사들

안재성 기자 / 2021-12-17 15:41:08
"실손보험 적자 2031년 112조 달할 전망"
보험료 20% 인상안에 고개저은 금감원장
업계 "내년에도 한 자릿수 인상 그칠 듯"
손해보험업계 고위관계자는 17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실손의료보험료 20% 인상에 사실상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진행된 정 원장과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업계는 내년에 실손보험료를 최소 20%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올해 사상 최초로 3조 원을 넘을 것이 유력시되는 실손보험 적자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이 "최근 4년(2017~2020년) 간의 평균 보험료 및 보험금 증가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2031년까지 누적 적자가 112조3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를 매년 최대 25%까지 인상할 수 있다. 정 원장도 "실손보험료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자율적으로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은 보험업계에 없다. 손보업계 고위관계자는 "특히 실손보험처럼 민감한 상품은 보험료를 인상할 때 반드시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 수가 약 3900만 명에 달해 보험료 변동에 대해 국민적인 민감도가 높다. 

▲ 손보사들은 실손보험료를 20% 이상 올리기를 원하지만,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정 원장은 손보사들의 요청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 고위관계자는 "합리적인 보험료율 결정과 보험금 누수 방지 등만 강조했을 뿐"이라며 실망스러움을 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정확한 수치인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작년과 올해에 걸쳐 실손보험료를 20% 가량 인상한 부분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건, 곧 실손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겠다는 뜻"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에도, 올해에도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며 "내년 역시 10% 이상의 상승은 꽤 힘든 분위기"라고 판단했다. 그는 "아마 최대한 높여도 10%대 초반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원장은 실손보험금 누수 방지에는 기꺼이 협력하겠다는 태도다. 그는 "비급여 과잉의료 항목의 보험금 지급 기준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내년부터 도수 치료, 비타민·영양주사 등 비급여 진료의 실손보험금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보험금 누수를 막으면, 그만큼 실손보험 수지는 개선된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엄격한 실손보험금 심사를 위해서는 먼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보험사들이 정확한 자료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을 염려한 의료업계의 거센 반발 탓에 관련 법안은 10여 년째 국회에서 공전 중이다. 올해도 역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묻혔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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