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는 시장이 결정한다고?…금융당국, 4년전엔 적극 개입

안재성 기자 / 2021-11-18 16:51:13
2017년 신한은행 가산금리 인상에 최종구·최흥식 비판…신한은행 인상 취소
"금리는 당국이 결정…올해 가산금리 인상·우대금리 축소도 전부 당국 지시"
올해 들어 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단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전부가 아니다. 대출 가산금리까지 크게 뛰면서 "은행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 등의 목소리도 자주 나온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출된다. 기준금리는 코픽스(COFIX), 금융채 등 시장금리에 따라 움직이며 가산금리는 점포 임대료, 인건비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포함해 자율적으로 산정한다.

즉, 가산금리는 올리면 올릴수록 은행이 돈을 더 벌게 되며, 올해 은행이 역대 최고 이익을 경신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들로서는 뿔날 수밖에 없는 광경이다. 

▲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이 드높지만, 금융당국은 "시장의 자율"이라는 입장이다. 4년 전 신한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을 적극 차단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정부가 시장 가격인 은행 대출금리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9일 "기본적으로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라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며 같은 입장을 표했다. 

그런데 은행 대출금리는 정말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걸까. 금융권 관계자들은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헛웃음을 흘린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리는 시장이 아니라 금융당국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특히 가산금리, 우대금리 등은 철저하게 금융당국의 의사에 따라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새 금융당국이 대출금리가 오르길 원하니까 오르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4년 전에는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에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지난 2017년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은행들도 여기에 맞춰 예금금리를 올렸다. 

예금금리 상승으로 예대마진이 감소하자 은행들은 대출 가산금리 인상을 검토했다. 그런데 2017년 12월,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하자 금융당국은 즉시 반응했다.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은 "예금금리를 올렸다고 대출 가산금리도 따라 올리는 것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도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부과하고 있다"며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는 은행권 스스로 투명성과 객관성,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그 때 여신 담당 임원이 금감원에 불려가 혼났다"며 "왜 타행들은 가만히 있는데 혼자 인상하느냐는 지적에 해당 임원은 억울해하면서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그 때 타행들도 누가 먼저 올리면 은근슬쩍 따라가려고 타이밍만 재고 있었다"며 "이를 눈치 챈 금융당국이 더 세게 내리누른 것 같다"고 추측했다. 

금융당국의 시퍼런 서슬에 신한은행은 가산금리 인상을 단 3주만에, 2018년 1월 취소했다. 그 정도로도 모자랐는지 금융당국은 2018년 2월, 주요 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해 가산금리를 감히 올릴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은이 2018년 11월에 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2017년 12월 평균 연 1.78%(은행연합회 집계)였던 은행 신규 정기예금(1년) 금리는 2018년 12월 평균 연 2.05%로 상승했다. 그러나 2017~2018년 내내 가산금리에 손 댄 은행은 아무도 없었다. 

201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최 전 위원장은 2019년 1월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조정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으며, 은행들은 감히 먼저 튀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규제하면서부터 비로소 은행 가산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해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는 상품별로 1년 전보다 0.3~0.4%포인트, 많게는 0.5%포인트 이상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4년 전, 0.05%포인트 인상 시도에 격렬하게 반응했던 금융당국이 지금은 "시장의 자율"을 외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금융권은 고 위원장의 또 다른 발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굉장히 빨라 부채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주목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위해 은행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인상할 것을 원했다"며 "은행은 그에 따른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이 바뀌면, 즉시 은행 측에 가산금리 인하를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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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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