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국경보호 위해 철조망 등 물리적 기반시설 EU 재원으로 마련 검토"
알렉시예비치 등 노벨문학상 작가 4명 "벨라루스, 난민을 인질로 활용" 벨라루스 정부가 운영하는 여행사가 유럽연합(EU) 행을 원하는 난민들을 상대로 거액을 받고 망명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끄는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맞서 '난민의 무기화' 전술로 EU를 공격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EU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난민을 벨라루스로 실어나르는 항공사와 여행사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은 '난민 공격'의 배후로 벨라루스를 지원하는 러시아를 의심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독일 포쿠스온라인(FOCUS Online)에 따르면 벨라루스 최대의 국영 여행사인 센트르쿠어오르트(Centrkurort)는 난민들을 상대로 벨라루스행 항공권과 폴란드 국경까지 안내서비스를 묶어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라크 출신 난민들을 주력으로 했지만, 이제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난민들을 벨라루스의 수도인 민스크로 실어나르고 있다는 것이다. 포쿠스온라인은 센트르쿠어오르트 홈페이지를 검색해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숲속의 눈사람, 해변의 예쁜 여인들, 웃고 있는 아이들 - Centrkurort는 기쁨, 건강, 휴가를 팝니다."
포쿠스온라인은 "키릴 문자로만 제공되는 Centrkurort 웹사이트는 겉보기에는 진지한 여행사처럼 보인다"면서 "언뜻 보기에 벨라루시 독재자의 국영 여행사는 화창한 휴가 여행을 제공하지만 무대 뒤에서는 대부분 망명 관광에 관한 것이었다"고 폭로했다.
센트르쿠어오르트는 2014년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를 조직하기 위해 2012년에 설립된 국영기업으로 여행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민스크의 독재자는 폴란드나 리투아니아 국경을 통해 독일로 밀입국하는 이민자들을 위해 특별히 벨로루시 입국을 광고하는 공식 밀수업자 보증과 항공권을 포함한 수익성 있는 '관광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폴란드 당국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이를 통해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고, 이중 상당 부분은 센트르쿠어오르트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민스크에 도착한 난민들은 1인당 5천유로(약 682만 원)를 내면 조직적으로 안내를 받아 폴란드 국경으로 보내진다.
벨라루스 항공사인 벨라비아는 민스크로 항공편을 급격히 늘렸다. 터키의 터키항공과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 소규모 저가항공사를 통해서 하루 천여 명의 난민이 민스크에 도착하고 있다고 포커스 온라인은 전했다.
이처럼 벨라루스가 중동지역에서 난민을 데려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 EU 국경으로 몰아내면서 EU의 '동부 전선'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화급히 국경을 봉쇄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생중계한 러시아 스투트니크(SPUTNIK) 통신에 따르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민들이 국경에 캠프를 설치한 가운데 폴란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불법 도하를 막기 위해 그 지역에 추가 병력을 파견해 긴박감이 돌고 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1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어제 599건의 불법 월경 시도가 기록되었고 9명(레바논 시민 5명, 이라크 시민 3명, 시리아 시민 1명)이 억류되었다"며 "폴란드에 억류된 48명의 이주민에게 추방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난민의 무기화'에 따른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퇴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수요일 전화통화에서 EU-벨라루스 국경에서의 이주 위기에 대해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러시아 대통령궁은 이날 성명에서 "벨로루시 국경에서 EU 국가들과 난민들이 처한 상황을 자세히 살펴봤다. 이민 위기의 인도주의적 결과에 대한 우려가 표명되었다. 푸틴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한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만나 EU 국경을 지키기 위한 EU 회원국들의 연대 의사를 전했다.
미셸 의장은 EU 국경에 장벽·울타리를 건설해야 한다는 폴란드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요구와 관련해 "법률적으로 EU 국경 보호를 위해 물리적인 기반시설을 EU 재원으로 마련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이 이제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돼 기쁘다"면서 "이제 말에 행동이 따를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2015년)와 오스트리아의 엘프리데 옐리네크(2004년), 독일의 헤르타 뮐러(2009년),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추크(2018년) 등 여성작가 4명은 이날 EU 정상회의와 유럽의회에 보내는 호소문에서 "벨라루스가 난민들을 인질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루카셴코 정부가 제어하는 여행사들이 절망한 사람들에게 큰돈을 내면 EU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약속하고, 민스크로 유인해 숲으로 데려와 강제로 폴란드로 내몰고 있다"면서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다시 이들을 폭력적으로 벨라루스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폴란드 국경의 난민들에 대해 제네바 난민협약을 지키고, 특히 EU 국경 동쪽에 붙들려 있으면서 망명 요청을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망명 절차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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