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맞으러 왔나…호남을 이용하려는 정치쇼"
"실수할 수 있어… 잘못을 사과하는 건 잘한 일"
"호남에 도움되는 정책 보여주면 마음 풀릴 것" "사과한다고 하면 누가 받아주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바라보는 전남 화순군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윤 후보는 10일 광주에 앞서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화순 생가를 먼저 찾았다. 광주에서 '전두환 옹호' 발언을 사과하기 전 호남 민심을 다독이려는 행보다.
홍 변호사 유족들은 "고맙다"며 윤 후보를 환대했다. 윤 후보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환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주민 다수는 반감이 강했다. 생가에서 만난 70대 여성 최모 씨는 다소 격앙된 표정이었다. 최 씨는 "윤 후보가 어떤 사람이기에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지 얼굴이나 한번 보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사실 선하게 생긴 윤 후보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크게 실망했다"며 "그 때 자식을 잃은 부모 심정을 윤 후보가 알겠나"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사과한다고 하면 누가 받아주나. 한번 한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고 했다.
주민 홍모(60대·남) 씨도 마찬가지다. 홍 씨는 "계란 맞으러 온 건가, 대체 뭐하러 왔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광주 사람들은 이제 윤 후보에게 관심 없다"며 "이왕에 왔으니 '개 사과' 주듯 썩은 사과나 한 박스 갖다줘야 한다"고 비꼬았다. 생가에서 일부 지지자가 윤 후보를 연호한 것에 대해서는 "그건 저분들 자유니 우리가 막거나 간섭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윤 후보가 광주 5·18민주묘지에 등장하자 성난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 후보가 오기 몇 시간 전부터 그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진을 치고 있어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앞에서부터 분위기가 험악했다. 한 사람이 "5·18 부정하는 윤석열 오지마라"고 외치자 다른 사람이 "저사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자"라고 받아쳤다. 고성과 욕설도 오갔다.
윤 후보는 결국 5·18민주묘지 추모탑에서 헌화·분향하지 못하고 참배광장에서 묵념한 뒤 사과했다. 윤 후보는 35분가량 민주묘지에 머물다 자리를 떴다.
윤 후보를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정모(60대·남) 씨는 "쇼"라고 혹평했다. 정 씨는 고등학생 때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같은 반 학우들을 여럿 잃었다고 전했다. 그는 윤 후보가 묵념하고 사과한데 대해 "호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정 씨는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무릎사과를 하고 이준석 대표도 광주를 찾았지만 돌아가선 실질적으로 호남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와닿지 않고 5·18 정신을 헌법에 담으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역사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사람을 건드리느냐"며 "정말 정치적인 이해관계보다 호남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우선했다면 경선에 미칠 영향을 재지 않고 대선 후보로 결정되기 전에 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윤 후보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홍남순 변호사 생가에서 만난 서모(70대·남) 씨는 "전두환 발언은 분명한 실언"이라면서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감쌌다. 서 씨는 "이번 방문이 표를 얻기 위한, 형식적인 게 아니라 호남인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대선 후보라면 앞으로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실 분이 아니냐"며 "윤 후보가 앞으로 호남에 도움이 되는 정책 등을 보여준다면 호남인 마음이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묘지에서 만난 김모(50대·여) 씨도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말실수 할 수 있다"며 "어쨌든 윤 후보가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를 하러 온 건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광주 시민이 윤 후보 사과를 받아들이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등 오월단체는 "선택한 일정과 장소 방문만을 공개한 사과행보는 지극히 일방적이었다"며 "사과의 마음의 어떻게 공약과 정책으로 구체화되는지를 함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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