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어머니회 유족 농성…인파에 170m 걷는데 18분
비맞으며 30초 묵념…사과문 읽은뒤 2초 또 고개숙여
尹 "마음 이해…오월영령 참배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0일 광주를 찾았다. '전두환 옹호' 발언을 사과하기 위해서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시민들 반대가 심했다. 결국 윤 후보는 5·18민주묘역 추모탑에 헌화·분향하지 못했다. 추모탑 직전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사과문을 읽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18분쯤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도착했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궂은 날씨였다. 그는 검은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우산은 쓰지 않았다. 긴장으로 굳은 표정이었다. 이상일 공보실장, 김경진 대외협력특보 등이 수행했다. 이용 수행실장을 빼곤 국민의힘 의원이나 지도부는 보이지 않았다.
5·18 단체 관련 시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우의를 입고 현장에서 대기했다. 윤 후보를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었다. 윤 후보가 나타나자 이들은 추모탑 앞을 둘러싸며 격렬히 항의했다.
일부는 '가짜 사과 필요없다 광주에 오지 마'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학살자 비호 국민 기만',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등의 문구도 보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도 울려 퍼졌다. 다행히 계란이나 물병은 날아다니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인파에 싸여 추모탑을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민주의 문에서 약 170m가량 걷는 데 18분이 걸렸다. 하지만 추모탑을 37m가량 앞에 두고 참배광장에서 걸음을 멈춰야 했다. 참배단 앞에는 오월어머니회 유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윤 후보는 참배광장에 잠시 머무르며 길터주기를 기다렸다. 바뀌는 건 없었다. 윤 후보는 이윽고 고개를 숙여 약 30초간 묵념했다. 참배를 대신한 것이다. 이어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흰색 A4용지를 꺼냈다. 미리 준비한 사과문이었다.
윤 후보는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한 뒤 약 2초간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선 "(반대하는) 저분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오월 영령들을 분향·참배하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사과드리고 참배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33분간 민주묘지에 머물다 자리를 떴다.
KPI뉴스 / 광주=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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