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시장 고객이자 '산업스파이 전쟁'의 '주적'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美 압력에 굴복해 자료 제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가 요청한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마감 시한인 8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제출했다. 한국 시간으로 9일 새벽이었다.
당시 크리스토퍼 그레이 FBI 국장은 "중국은 데이터와 개인정보를 노린 정교한 사이버 공격에서부터 지적재산권과 영업비밀을 노린 경제스파이까지 좌우합작으로 법과 규범을 어기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 2000건 이상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평균 10시간마다 중국과 관련된 새로운 방첩 수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이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그동안 반도체 투자를 기술 생태계 자립∙기술 독립이라는 기치로 설정해 '중국제조2025(中国制造2025)'의 기치 아래 막대한 규모의 정부 주도 투자를 감행해왔다.
문제는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없다는 구실로 해외 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인수 합병하고, 공산당 주도로 외국 기업들에 대한 해킹과 인력∙기술 유출 등의 산업 스파이 활동을 벌이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인내심의 한계에 달한 미국은 중국 최대의 반도체 업체이자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에 나선 데 이어,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의 숨통마저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손 안 대고 입수한 글로벌 기업들의 고급 정보가 이들의 경쟁사인 미국 기업들에게 제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국 기업들, '패'를 쥔 미국과 미국기업에 비즈니스 협상카드 잃을 것 우려
냉전이 끝나자 12대 CIA 국장을 지낸 스탠스필드 터너는 1991년 '포린 어페어스' 가을호에 "CIA 요원은 미국 기업을 위해 경제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CIA를 기업정보 수집 단위로 전환시키려는 터너의 시도는 실패했다. 무엇보다도 당시 로버트 게이츠 CIA 국장이 'CIA는 미국 기업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었다.
이 문제는 의회에서도 논의가 되었다. 다수의 의원들은 CIA가 미국의 경제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업정보 수집은 옹호하지만 다른 나라의 정보기관처럼 산업스파이 활동에 연계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게이츠 국장의 견해에 동의했다.
"세계의 많은 정보기관들이 미국 기술 수집분석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 대략 20개국 정부가 미국의 경제이익과 크게 관련된 분석정보 수집활동에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어떠한 정보요원도 국가를 위해서는 죽을 수 있지만 GM(제너럴 모터스)을 위해 죽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로버트 게이츠 국장, 1992. 4. 29. 미 하원 법사위원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CIA 요원들은 국가를 위해 죽을 수는 있지만 GM을 위해 죽으려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GM이 미국의 중대한 국익에 기여한다면 반대급부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거래'를 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그럴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이 '걱정'하는 것처럼 우리 기업이 갖고 있는 패를 쥔 미국과 미국 기업들은 상대로 한 비즈니스에서 협상 카드를 잃게 될 지 모른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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