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박정희 전 대통령' 언급한 속셈은

김광호 / 2021-11-03 11:07:36
李, 선대위 출범식서 "박정희, 산업화 길 열어" 칭찬
진중권 "文정권 기본노선 이탈"…이준석 "양두구육"
李 측 "경제, 민생에 빨간불·파란불 무슨 상관인가"
朴 소환해 추진력 부각…중도·보수층 외연확장 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선대위 출범식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유신 정권의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 후보를 향해 '차베스', '양두구육(羊頭狗肉)' 등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자 이 후보 측은 "남의 잔치상에 침 뱉기 전에 축제판 아닌 난장판 된 본인 당 경선이나 수습하라"고 맞받아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선대위 출범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는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열린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 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말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산토끼'를 겨냥한 외연 확장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중도층을 염두에 둔 이 후보의 '전략적 발언'이었다는 분석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후보 발언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가지고 있는 기본 노선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 전 교수는 CBS라디오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원래 전통적으로는 저쪽(문재인 정부)은 분배정책이었고, 보수 쪽은 성장 담론이었다"며 "그런데 보수의 프레임을 끌고 왔다는 것은 소득 주도 성장론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실패했다는 걸 자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같은 방송에 출연해 "지금까지 진보의 가치를 우선시했던 민주당의 진용에서 실용으로 가겠다라는 선언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도 생각해보면 5%밖에 안 되는 지지율에 정권의 절반을 내주지 않았는가"라며 "그런데 결국 남은 건 김대중 대통령 한 사람. 이 후보도 이기는 절반을 득하기 위해 누구하고도 손잡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차베스같이 살아온 사람이 선거가 다가오니 간판에 박정희 대통령을 걸어놓고 태연하게 말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후보와 함께 하는 사자성어 시간"이라며 "오늘의 사자성어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비꼬았다. 양의 머리에 속은 개고기라는 의미로,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않은 것을 비유한 것이다.

우고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전직 대통령으로 2000년대 중남미 좌파 물결을 이끈 대표적인 포퓰리스트다. 이 대표의 비유는 박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이 후보가 중도 확장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내세웠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측은 즉각 반격했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전용기 의원은 "'평론가 본능'만 있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인지 이재명 저격수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힐난했다.

전 의원은 "경제와 민생에 빨간불이든 파란불이든 무슨 상관인가"라며 "유용하고 효율적이면 진보·보수, 좌파·우파, 박정희 정책·김대중 정책이 무슨 차이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명예 선대위원장을 맡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 후보를 두둔했다. 추 전 장관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대표는 젊은 정치를 하는 게 좋지 그 시대에 맞지 않게 차베스에 비교하면서 이념 프레임을 걸고자 하는 건 매우 낡은 구태정치"라고 쏘아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자신의 정책적 추진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보수세력들도 이 후보의 추진력에 대해선 인정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후보가 이를 노려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까지 외연확장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또 이 후보가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에 주목했다. 그는 "선대위 출범식에서는 성장을 여러차례 강조했다"며 "'기본시리즈'를 통해 분배론자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이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성장에 대한 중도층과 보수층의 향수를 자극해 정체된 지지율 제고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 후보는 본선에서 외연확장을 위해 자신의 정책 기조를 일부 변화하면서 반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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