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사과' 윤석열…전두환 옹호, 실수인가 의도인가

조채원 / 2021-10-20 12:25:00
실언 중 공식 사과는 '치매환자·소규모매체 비하' 뿐
파장 커지자 캠프 "호남서 尹 사과 건의" 진화 시도
尹 "전두환 독재는 역사적 사실…인재기용 강조한 것"
경선 통과 위해 보수층 결집용 '의도된' 발언 해석도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다. 정치적 유불리를 꼼꼼히 따진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언행에 정무적 판단이 들어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간 부적절한 비유와 돌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해 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후보의 대응도 그렇다.

윤 후보가 잦은 실언 중 공식 사과한 것은 '치매환자 비유', '소규모 매체 비하' 정도다. 치매가 나타나는 연령층이 윤 후보 핵심 지지층인 60대 이상이라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언론 매체 대다수는 '메이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부분 실언에 대해선 "앞에 떼고 뒤에 떼서" 생긴 오해나 곡해라며 넘어갔다. '부정식품', '주 120시간 노동', '육체노동 비하', '여성 비하' 발언에는 사과하지 않았다. 각각의 표현으로 상처입은 대상은 사회적 목소리가 약하거나 윤 후보의 주된 지지층이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말실수를 추가했다. "군사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운동)만 빼면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 잘했다는 분들이 있다"고 '옹호'한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20일 윤 후보 측에선 두 가지 입장이 나왔다. 윤 후보 캠프는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윤 후보에게 광주에서 직접 사과할 것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직접 나서 해명을 시도했다. 이번 발언이 당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후보가 20일 대구 중구 천주교 대구 대교구청을 방문해 조환길 대주교를 예방하고 있다. [뉴시스]

윤 후보 캠프 김경진 대외협력특보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후보가 조금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선 일단 면구스럽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광주 북구갑 의원 출신인 김 특보는 윤 후보 발언이 전 전 대통령의 권한 위임을 강조하려는 측면이었다고 해명하며 "참모진들이 윤 후보가 광주에 가서 직접 사과하도록 말씀 드려보겠다"고 했다. 이어 "윤 후보가 이야기를 선명하게 하기 위해 극단적인 대비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번 식품(부정식품), 120시간(근무) 발언으로 설화가 있었는데 후보의 언어습관은 (참모진이) 말을 해서 고치도록 조금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페이스북에 발언 진의가 '대통령 역할론'에 있음을 거듭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대통령이 만기친람 해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서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두환 정권이 독재를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역사인식 부족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전두환 정치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상처입을 이들에 대한 윤 후보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전두환 옹호' 발언이 그간 돌발 실언과는 달리 의도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중도나 진보층은 전두환의 공보다는 과에 더 주목하겠지만 TK(대구·경북)·PK(부산·울산·경남) 같은 전통 보수층은 그렇지 않다"며 "전 씨를 예로 든 '대통령 자질론'은 이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최근 홍 후보를 비롯해 경쟁 주자들의 윤 후보 추격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경선 통과가 당면 과제인 윤 후보가 중도·진보 표심보다 정책 전문성 부족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고 보수층을 결집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 '전두환 옹호'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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