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에 중도층 관망…부활한 직진본능 걸림돌
대장동 넘는게 1차과제…李 "하던 대로 가는게 낫다"
끝까지 날세운 이낙연 포용도 숙제…특검 카드 솔솔
비주류 李, 친문과 차별화 행보 예상…수위조절 관건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지난 7월 1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100여일 만에 당내 관문을 통과했다.
경선 레이스에서 수차 고비가 있었다. '바지 발언'부터 '황교익 인사' 파문, '떡볶이 먹방' 논란 등등. 막판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까지. 이 후보는 종종 수세에 몰렸으나 큰 위기에 빠지진 않았다. 10번의 지역 순회 경선과 3번의 슈퍼위크에서 딱 두번 빼고 11번을 과반 득표로 싹쓸이했다.
"이재명은 이길 수 있는 후보다." 본선 경쟁력은 승리의 원동력이라는게 중론이다. 이 후보는 올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대표 등 당내 경쟁자에게 지지율 선두 자리를 뺏겨본 적이 없다. 야당 주자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가장 큰 경쟁력을 보였다.
"이재명이 하면 된다"는 추진력과 행정 경험. '사이다 스타일'과 새 정치. 비주류 후보로서의 '정권교체 연상 이미지' 등등. 이 후보의 능력과 차별성이 인기의 비결이다.
민심이나 당심이나 별로 다르지 않았다. '누구보다 이 후보가 본선에 나가야 야당을 꺾을 수 있다'는 공감대는 일찌감치 민주당 권리당원의 표심을 붙잡았다. '정권을 절대 넘겨줘선 안된다'는 절박한 당심은 검증보다 결집을 택했다. 이 후보에게 악재나 위기가 생겼나 싶었는데 그때마다 경선 득표율은 치솟았다. '이재명 대세론'은 경선을 치를수록 단단해졌다.
'대장동 리스크' 안고 본선 무대…중도층 유보로 지지율 정체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처럼 과반의 경선 득표율로 결선 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달리 만만치 않은 '리스크'를 안고 본선 무대에 임하게 됐다. 대장동 의혹은 언제, 어떻게 터질 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이다.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뇌물 의혹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이 후보의 측근으로 지목되는 만큼 불똥이 튀면 파장이 크다.
당내 경선에서 대장동은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게이트' 프레임으로 정면돌파한 게 주효했다. 지지층은 결집해 방어막이 됐다. 대장동 사업이 추진된 시기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였다는 점에 눈길이 더 쏠렸다. 여기에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원 퇴직금' 논란이 커져 이재명 책임론을 덮었다.
지지층은 이 후보의 '도덕성'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이 후보 관련 여러 의혹을 알면서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본선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대장동 정국이 이어지면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부정적 여론이 번지면 '이재명 대세론'이 주춤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후보는 순회경선 기간 지지율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는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25%를 기록했다. 민주당 본경선 시작 전인 7월 1주차는 24%, 8월 1주차는 25%였다. 지난 8월31일 대전·충남에서 출발한 본경선 이후인 9월 1주차 이 후보 지지율은 24%였다. 7월부터 이달까지 별 차이가 없다.
일단 경선이 싱겁게 진행돼 흥행이 떨어진 것이 한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주범으론 대장동이 꼽힌다. 이 후보 지지율이 과반 연승의 당내 경선에도 정체중인 현상은 대장동 의혹 확산에 따라 중도층이 지지를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야당 공세를 반격하는 과정에서 소환된 '사이다' 직진 본능도 중도층 잡기의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장동을 넘는게 '대선후보 이재명'의 최우선 과제로 여겨진다.
야권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고발사주 의혹'이 잠복한 폭탄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적잖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 등 '대장동팀'의 내부 알력으로 폭로가 쏟아지는게 민주당에겐 위협적인 시나리오다.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24만8000여명이 투표한 이날 3차 슈퍼위크에서 이 후보가 28.30%(7만4441표)의 저조한 득표율에 머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장동 의혹으로 이탈하는 민심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수 있다. 불과 일주일 전 2차 슈퍼위크에서 6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형수욕설·여배우스캔들 등 사생활과 포퓰리즘 논란…본선 검증대 올라
본선에선 이 후보를 둘러싼 형수 욕설과 친형 강제 입원 사건, 혜경궁 김씨 의혹, 여배우 김부선 스캔들 등의 사생활과 도덕성도 본격적인 검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공세의 주 타깃으로 삼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형수에게 욕설한 사실을 인정하며 재차 사과했다. 그는 형과 형수가 공적 권한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려 했고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날 경기지역 순회 경선에서 보수단체 유튜버가 형수욕설 동영상을 틀면서 이 후보 지지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빚어졌다. 그만큼 이 문제가 살아 있는 이슈라는 얘기다.
'친형 강제 입원 사건'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때 시장 권한 등을 활용해 셋째 형 이재선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 때 이 의혹으로 고발당하기도 했으나 2020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으로 이 사안이 재소환되고 있다.
여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 씨가 2018년 이 후보의 신체 특정 부위에 있는 점을 봤다고 주장하자 이 후보는신체 검증을 받겠다고 자처했고 당시 의료진은 "점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이 후보는 경선 TV토론 과정에서 "제가 혹시 바지를 한번 더 내릴까요"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후보의 정책도 검증대에 올려질 전망이다. 특히 이 후보의 간판격 정책인 기본소득 등 '기본소득 시리즈'의 재원 방안 마련 등 실현 가능성을 놓고 야권 등에서 포퓰리즘 논란을 전면에 내세울 태세다.
감정의 골 깊어진 이낙연 끌어안기도 숙제…대장동 불신 씻기 위한 특검 수용 관측도
본선 승리를 위해 '원팀 기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는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명·낙대전'으로 불릴 만큼 두 사람 경쟁은 치열했다.
특히 대장동 의혹은 기름을 부었다. 이 후보에 대한 이 전 대표측 공격 수위는 야당 못지 않았다. 이 후보에 대한 배임 의혹과 구속 가능성도 운운했다. 승부가 기울어진 경선을 이 전 대표가 포기하지 않은 건 '이재명 낙마'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 전 대표측은 "이 후보에 대한 결정적 제보도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마지막 경선에서도 '불안한 후보론'을 부각했다. 그는 "대장동 수사에 민주당의 운명도 영향받게 돼 있다"며 "민주당의 위기이고 정권 재창출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원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경고 겸 당부의 메시지를 냈다. 이 후보는 "우리는 1인 경기를 하는게 아니고 집단 경기를 하는 팀원들이기 때문에 지금은 포지션을 정하는 과정이고 포지션이 정해지면 각자 정해진 포지션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팀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당원 누구라도 민주당의 사명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들과 당원들이 바라는 바"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경선후에도 이 후보를 향해 대장동 공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의혹이 가시지 않는 한 이 전 대표가 불신을 털고 적극 지원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이 후보가 먼저 이 전 대표를 껴안아야한다. 그럴려면 명분을 줘야한다. 이 후보가 '특검'을 전격 수용해 당 안팎의 공세를 정면돌파하는 방안이 일각에서 거론된다.
비주류 후보 차별화 행보 예상…수위 조절이 관건
이 후보는 이날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도층을 겨냥한 본선 전략에 대해 "사람들이 저를 지지하는 이유가 있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 오히려 의심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정체성을 포기하고 갑자기 이승만 참배를 하고 그러면 오히려 휘청하는 것"이라며 "그냥 하던 대로 가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기존 전략과 방침대로 직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 후보는 비주류 출신이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워 친문 주류 그룹에선 '반이재명 정서'가 아직도 남아 있다. 그가 당심이 중요한 경선에선 몸을 낮추었으나 본선에선 중도층 공략을 위해 차별화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차별화 수위가 높으면 친문 세력과의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 이 후보가 친문 중심의 당내 반발과 중도층 표심을 어떻게 조율하며 차별화 행보를 할 지 주목된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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