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등으로 리스크 훨씬 커"…은행 건전성 위협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확고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분의 대부분은 실수요자 대출"이라면서도 "실수요자도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로 내세운 '6%대'를 지키기 위해 실수요자 대출까지 조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은행들이 금리인상, 일부 상품 판매 중지 등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곧 금융위원회가 더 강화된 가계대출 규제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과연 가계대출만 문제일까. 금융당국의 신경이 온통 가계대출에만 쏠린 사이 자영업자대출은 곪아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올해 9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8878억 원으로 전년말(670조1539억 원) 대비 4.88%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자영업자대출은 지난 7월말까지 7.0% 증가했다. 자영업자대출이 더 짧은 사이에 더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리스크도 더 크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분은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담보가 확실해 가장 안전한 대출로 취급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대출 증가분은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편인 데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어 가계대출보다 리스크가 훨씬 더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대출은 굳이 억제하지 않아도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자영업자대출은 상당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비은행권 자영업자대출 잔액(281조2000억 원)은 전년동기 대비 24.4% 확대됐다. 특히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돈이 71.8% 급증했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은 심각한 상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계대출을 틀어막는데 그토록 열심인 금융당국이 자영업자대출은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아니, 오히려 리스크 확대를 더 부추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혜택을 내년 3월말까지로 6개월 더 연장했다.
고 위원장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더 빌려주고 상환을 유예해주는 건 결국 부실 확대를 수반하는 결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원금뿐 아니라 이자까지 상환유예된 대출이 제일 위험하다"며 "5조 원 이상 부실화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대출과 그 성질이 유사하다"며 "그런데 두 대출을 대하는 금융당국의 태도는 천지 차이"라고 지적했다.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에도 금융권은 쉽게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새 규제 강화가 논의되는 전세대출을 비롯해 가계대출 역시 엄연히 실수요자 대출"이라며 "세입자들이 길바닥에 나앉는 위험도 무릅쓰겠다는 금융당국이 자영업자대출에만 관대한 까닭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