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정이 딴판이다. 손해율은 안정적이다. 재작년 1조50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자동차보험에서 올해는 이익이 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동량이 급감한 덕이다.
그럼에도 손보사들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보험료 인하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손해율이 올라갈 때는 재깍 보험료를 올리더니, 손해율이 떨어지니 느긋하기만 하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손보 빅4'의 올해 8월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4%로 전월(79.9%) 대비 2.5%포인트 떨어졌다.
1월 83.7%, 2월 81.0%였던 손보 빅4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3월(78.2%)에 70%대로 내려간 뒤 8월까지 계속 70%대를 유지 중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80% 가량"이라며 "현재는 이익이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늘 적자를 보던 자동차보험이 흑자로 전환되니 손보사들의 이익은 모두 크게 확대됐다. 삼성화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441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1.7% 급증했다.
현대해상(2490억 원)도 같은 기간 35.5% 늘었다. DB손보(4256억 원)는 21.8%, KB손보(1411억 원)는 20.9%씩 각각 증가했다.
그럼에도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하에는 전혀 흥미가 없는 모습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아직 인하를 검토할 때는 아니다"며 "올해 내내 보험료가 동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손보사들은 거꾸로 보험료를 올리고 있다. 악사손보는 지난 5월 영업용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8.9% 인상했다.
캐롯손보도 4월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6.5% 높였다. 같은달 롯데손보는 개인용·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2.1%, 영업용은 5%씩 각각 인상했다. MG손보는 3월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 올렸다.
재작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100%에 달할 때는 즉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형 손보사들은 재작년에 두 차례에 걸쳐 자동차보험료를 5~6% 가량 올렸으며, 작년초에도 3.3~3.5% 정도 인상했다. 중소형 손보사들 중에는 더 크게 올린 곳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눈에 띄게 하락해 적자폭이 재작년보다 크게 줄었으며, 올해는 흑자전환됐다. 하지만 보험료를 인하할 때가 되니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모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이동량이 평년 대비 크게 축소되면서 보험금 지출도 급감했다"며 "일시적인 현상이라 보험료 인하의 근거로 쓰기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흑자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니 장기적으로 손해율 안정화를 확인하기 전에 보험료를 먼저 내리기는 힘들다는 입장인 것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자동차보험 손익 개선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사고 및 병원 방문 환자 수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내릴 때마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을 가해오는 금융당국도 요새는 조용하다"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을 금융당국도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을 검토, 자동차보험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손보사들과 정기적으로 논의한다"며 "이번에 발표한 개선안이 효과를 발휘하면, 보험료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자동차 사고 경상 환자의 치료비를 과실비율대로 본인 보험에서 분담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5400억 원 규모의 과잉 진료가 감소하고, 인당 보험료가 3만 원 가량 절감될 것으로 기대했다.
KPI뉴스 / 안재성·강혜영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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