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 일축하면서도 "직원 문제면 내 책임"
유동규 檢수사 속도 내자 선제적 파장 축소 나선 듯
李 측 "시장으로서 직원 잘못엔 유감 표하겠단 것" 대장동 개발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출구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에서 금품을 받은 게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인사권자인 이 지사의 책임론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검찰 소환에 불응하던 유 전 본부장은 1일 병원 응급실에서 긴급 체포됐다. 피의자 신분으로 연행됐다.
당장 이재명 캠프는 유 전 본부장 비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치명타를 피하기 위한 사전 조치에 돌입했다. 유 전 본부장 수사 결과가 던질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출구 찾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본부장을 이 지사의 측근, 심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 전 본부장은 경기 성남 분당구 정자동 한솔5단지 리모델링추진위 조합장을 맡았던 2009년 이 지사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해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 지사에 지지 성명을 내며 선거 운동을 도운 것이다.
그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대장동 개발 사업이 본격화한 2015년에는 4개월 여 간 공사 사장 직무대리까지 지냈다. 2018년 이 지사가 도지사로 취임한 뒤에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근무했다.
줄곧 이 지사 신임을 받던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돌연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뒀다. 영화 관련 예산 요청을 거부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영화제작 예산 190억 원이 포함된 2021년 예산안을 경기도에 제출했다. 그러나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해당 사업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공적자금이 사적 이익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이 지사 핵심 측근들의 만류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부장은 크게 실망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경기관광공사에서 주력했던 프로젝트 예산을 따내지 못했다"며 "지난해 12월 초다. 그때 사퇴를 결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이가 틀어진 상태에서 직을 던진 만큼 유 전 본부장이 수사 과정에서 이 지사에 불리하게 진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캠프는 유 전 본부장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선을 긋던 이 지사와 캠프는 최근 '미묘한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유 전 본부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학영 회계사로부터 유 전 본부장의 금품수수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과 사진 등을 확보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30일 TV조선 주관으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방송 토론회에서 유 전 본부장이 측근 아니냐는 추궁이 이어지자 "내 비서실에 있었거나 돈이라도 대신 받아 날 도왔거나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며 "산하기관 직원인 것을 갖고 자꾸 저한테 뭐라 하면 지나치다"고 받아쳤다.
다만 "내가 관리하는 산하기관 직원이고 거기서 문제가 생겼으면, 일선 직원이 그랬더라도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관리 책임'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위행위가 있을) 경우에는 성남시 당시 시장으로서 부하직원 관리 부분에 있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유감 표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권자로서의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박 의원은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네"라며 "여러차례 말했지만 대장동과 관련해 부정과 비리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 지사와 관련된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이 지사와 유 전 본부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남시의 여러 산하기관 직원 중 하나인 것이지 측근이라 불릴 만한 관계는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공 기조를 이어가던 이 지사 측이 '관리 책임'을 언급한 것은 유 전 본부장 수사 진척에 따라 미칠 파장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려는 출구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날 UPI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유 전 본부장이 오늘 구속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 지사 측에선 무조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기엔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성남시장 재직 시절 인사권자로서의 책임 정도는 인정하는 차원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엄 소장은 이 지사 측이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기존의 강경 입장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연일 거칠어지는 이 지사의 발언 수위로 볼 때 정면돌파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유동규의 입이 변수이기 때문에 수사과정에 촉각을 세우면서 출구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