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끌·빚투는 밀물에 갯벌 들어가는 격" 지난해초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까지 내려간 뒤 1년여 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 투자)'과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의 광풍이 국내 자산시장에 휘몰아쳤다. "지금 빚을 내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까지 시장에 돌았다.
모두가 대출에 열을 올렸다. 은행은 물론 보험사,카드사,저축은행까지 '대출 호황'을 누렸다. 심지어 P2P금융업체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그러나 이제 영끌과 빚투의 시대는 저무는 형국이다. 한은은 강력한 금리정상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내년 3월말,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 만료 전까지 기준금리가 1.25%로 오를 거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로 한 차례 인상한 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최근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금리인상으로 가계·자영업자 등의 이자부담 상승과 경기 위축 등이 염려되지만, 서 금통위원은 "금리인상의 실보다 득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또 이 총재는 평소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신임 금통위원으로 추천했다. 고승범 전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옮기면서 현재 금통위원 자리는 한 명 비어 있다.
이에 따라 연내 추가 인상은 확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내년초에 한 번 더 올려서 1.25%에 이를 거란 전망이 다수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해 한은의 연내 추가 인상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며 "아마도 11월에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2월에도 1회 더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은의 금리인상 시그널이 더 빨라져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즉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거란 예상도 존재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확장 재정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조정하고자 할 경우 연속적인 금리인상이 요구된다"며 "10월 기준금리를 1%로 올리고, 내년 2월에 1.25%로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정책 결정 운신의 폭을 넓히는 측면에서 연속 인상이 나을 수 있다"며 10월 금리인상을 예측했다.
7개월 새 기준금리가 0.75%포인트나 빠르게 인상될 경우 차주의 부담도 훌쩍 뛸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오르면, 은행 대출금리는 그보다 더 높이, 1%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향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경우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는 총 5조8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차주 1인당 평균 이자부담은 지난해 271만 원에서 301만 원으로 30만 원 증가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은행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 12조5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쉽게 돈을 빌렸다가 나중에 금리가 변동됐을 때,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과도한 대출을 삼갈 것을 권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앞으로는 무리한 대출을 받아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칫 '밀물에 갯벌로 들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효선 NH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금리 인상으로 향후 대출 규모는 축소되고 비용은 늘어나면서 투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보유 대출액을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금리인상과 자산시장 침체가 동시에 닥칠 때다. 금리인상은 시중유동성을 축소시키기에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지금같은 활황세가 이어질 것 같지 않다"며 "자산시장이 가라앉을 때 지나친 빚을 떠안고 있는 소비자들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거래로 주식을 살 경우 주가 급락 시 반대 매도 물량 증가 등으로 인해 투자 손실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감당 못할 빚을 지고 있으면, 시장 침체기에도 집을 어쩔 수 없이 싼 값에 내놓게 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며 영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이런 사례가 쌓이기 시작할 경우 집값이 삽시간에 폭락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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