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야 내가 산다'…4회 토론서 본 野 잠룡 대결구도

조채원 / 2021-09-29 15:25:52
홍준표, 윤석열 안보관 공격…유승민도 尹과 긴장감
尹 방어·반격하는 수비형…실언 안하면 '선방' 판단
하태경, 洪 저격수로 나서 2030 남성 지지층 공략
원희룡도 '洪 때리기' 열올려…尹과는 선택적 대응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4인 압축'을 위한 2차 컷오프를 열흘 남짓 앞두고 가열되고 있다. '2번'을 달고 본선에 나갈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 표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 상대 지지층을 뺏어와야 내가 사는, 사생결단의 싸움이다.

경선후보 8명은 지난 28일 밤 MBC '100분 토론'을 통해 진행된 4차 토론회에서 재격돌했다. 선두권 주자들은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고 '타깃'의 약점을 들춰내며 강하게 맞붙었다. 각자의 지지율 제고 전략에 따라 후보 간 대결 구도도 굳어지는 모양새다.

▲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들이 지난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4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유승민, 최재형, 안상수, 하태경,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후보. [뉴시스]

'양강' 윤석열·홍준표 후보는 당심 확보에 주력하며 '1강'으로 오르는데 열을 올렸다. '1중' 유승민 후보는 윤 후보를, '4위 경쟁' 중인 원희룡·하태경 후보는 홍 후보를 겨냥했다. 

2차 컷오프 통과가 확실시되는 윤, 홍 후보에겐 '당심' 확보가 관건이다. 4차 토론 주제인 '외교·안보'는 보수가 중시하는 이슈인데다 본선 진출자를 가르는 투표에서는 '당심' 비율이 50%로 높아진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윤 후보에 비해 진보, 중도층 지지로 민심은 우세하나 '당심'은 약세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심 공략이 절실한 홍 후보는 윤 후보의 안보관 비판에 주력했다. 그는 3차 토론에서 '작계 5015'를, 이번엔 '남북 전력지수'를 따져 물으며 윤 후보의 '안보 무지'를 파고들었다. 홍 후보는 윤 후보를 '문석열'이라며 꼬집으며 북핵 대응과 대북 정책 구상이 문재인 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몰아세웠다.

윤 후보는 자신을 향해 집중 공격하는 홍, 유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며 '수성'에 집중했다. 실언만 하지 않아도 '선방'이라는 평가를 듣는 윤 후보는 타 후보와 '정책 경쟁'을 벌이지는 못했지만 들어오는 공격을 받아치고 때론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홍 후보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 시절 치른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쳤다. 홍 후보가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을 거론하며 "검찰총장일 때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무능해서 죄송하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유 후보는 4차 토론에서도 윤 후보와 강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유 후보도 본경선 진출이 유력한 만큼 윤 후보의 '준비 부족'과 도덕성 논란을 집중 공략해 선두권으로 올라서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유 후보는 토론에서 윤 후보가 유사시 전술핵을 배치할 수 있다는 공약을 내놓고 지난 27일 "전술핵 배치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에게 가족을 언급한 공세를 펼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유 후보는 "(윤 후보가) '판검사 욕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제 아버지, 형, 딸까지 얘기하는데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며 "윤 후보 부인과 장모 관련 수많이 비리가 나와도 나는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원 후보는 홍 후보를 표적삼아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4차 토론에서 "외교안보에 관해선 내가 홍 후보보다 전문가"라며 핵공유 문제를 두고 홍 후보를 거세게 공격했다. 그는 29일 CBS라디오에 출연해서도 '홍준표 때리기'를 이어갔다.

그는 홍 후보에 대해 "내용이 막히면 소리를 질러 넘어가고 프레임을 씌워 넘어가는 식"이라며 "토론을 주도하는 맛은 있지만 하나씩 내용을 들어가보면 다 깡통"이라고 혹평했다. 반면 윤 후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는 열심히 준비하신 것 같고 토론하면서 이게 싸움의 기술 비슷하게 되다 보니 이제는 좀 여유도 있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원 후보는 그러나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선 홍 후보는 물론 윤 후보도 저격했다. 핵 관련 공약을 두고 "허무맹랑하다"고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원 후보는 그러면서도 윤 후보에게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며 북한 비핵화의 일관된 길을 가려는 저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홍 후보는 거세게 몰아붙이고 윤 후보에게는 수위는 낮추되 '내 공약이 더 좋지 않냐'고 강조하는 식이다.

야권 주자 중 상대적으로 중도로 분류되는 원 후보가 홍 후보를 향한 중도층의 지지 흡수를 노리며 '잘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토론빨'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전날 TV토론에 대해 "원이 제일 합리적이고 준비도 잘 됐으나,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경선 토론이 시작된 후 '홍준표 저격수'로 재미를 톡톡히 본 것은 하태경 후보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하 후보는 '거물' 홍 후보의 '저격수'로 나서 언론 조명을 받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날 토론에서는 '모병제', '여성 징병제' 등의 이슈를 꺼내들어 홍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2030 남성층을 공략했다. 3차 토론에선 홍 후보를 '조국수홍'으로 지적해 반(反)조국 정서가 강한 2030세대와 야권 지지층을 자극하며 몸값을 높인 바 있다.

2030 남성층을 노린 하 후보의 '홍준표 때리기'는 이날도 이어졌다. 하 후보는 페이스북에 "어제 토론에서 남녀공동복무제에 대해 홍준표 후보님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하셨다"며 "세상이 양성평등의 시대로 바뀌었는데 홍 후보님 혼자만 과거에 머물러 계신 듯하다"고 비꼬았다. 홍 후보가 전날 '여성 징병제'를 묻는 하 후보의 질문에 "여성 징병제에 반대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쭉 해왔고, 여성은 지원병제가 있다"고 답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하 후보는 홍 후보의 '임기 내 모병제 전환' 공약을 두고 "구체적인 병력 감축 계획도 잡지 않은 나라를 말아먹을 구라 공약"이라고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채원

조채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