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체제' 가상화폐 시장…업비트 독주 심화하나

안재성 기자 / 2021-09-28 17:06:53
"시장은 축소되고 빅4로 몰려…업비트 최대 수혜 전망"
"빗썸·코인원·코빗도 실명계좌 확보…추격은 지금부터"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재편됐다. 은행의 실명인증계좌를 확보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4대 거래소 중심으로 정리됐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재편이다.

4대 거래소 과점 체제가 본격화한 것이지만 이들간에도 서열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업계에선 "업비트 독주 체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주류다. 

신고 마감 시한인 지난 24일 이후로 '원화 마켓'과 '코인 마켓'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4대 거래소뿐이다. 고팍스, 코인빗 등 25곳은 '코인 마켓'만 운용 가능하며, 그 외 거래소들은 문을 닫았다.

▲ 4대 가상화폐 거래소 외에는 '원화 마켓' 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들 거래소로 투자자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나아가 업비트 독주 체제의 심화가 예상된다.[셔터스톡]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가상화폐 데이터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25일 12시 30분 기준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은 72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4대 거래소 외의 거래소들도 원화 마켓을 운용할 수 있던 24일 12시 30분, 하루 전의 48억9000만 달러에 비해 47.9%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빗썸의 거래량은 10억7000만 달러에서 15억1000만 달러로 41.1% 확대됐다. 코인원은 43.3%, 코빗은 75%씩 각각 늘었다.

4대 거래소와 달리 폐업한 곳은 물론, 코인 마켓만 운용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거래량이 급감했다.

지난 8월말 기준 회원 수 59만 명으로 업계 4위였던 고팍스는 26일 거래량이 210만 달러(코인게코 집계)에 불과해 24일(7800만 달러) 대비 97.3%나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플라이빗도 9740만 달러에서 580만 달러로 94.0% 폭감했다. 지닥은 99.4% 축소됐다.

지난 5월 일일 거래량이 100억 달러에 달해 업계 3위에 위치했던 코인빗도 현재 겨우 몇 만 달러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원화 거래를 원한다"며 "코인 마켓만으로는 거래소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실명계좌를 확보 못한 거래소들은 출혈 영업을 견디고 견디다 폐업하지 않고 다시 비상하는 날을 볼 수 있기를 바랄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4대 거래소 외 거래소들에게 암울한 부분은 은행의 실명계좌 확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사실상 은행에 떠넘기면서 은행들은 실명계좌를 내주는 걸 무척 꺼려한다"며 "기존에 실명계좌를 제공받고 있던 4대 거래소 외에는 신규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가상화폐 거래 중 4대 거래소 비중이 99.9%에 달하고 있다"며 "4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가상화폐도 있기에 시장 전체는 축소되면서 4대 거래소 과점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업비트가 최대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업비트의 위치는 가히 독보적이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 따르면, 주요 22개 가상화폐 거래소의 회원 수는 총 1479만 명(중복 포함)으로, 이 중 업비트 회원 수(830만 명)가 절반 이상이다. 투자자 예치금은 총 61조7311억 원 중 업비트 비중이 69.6%(42조9764억 원)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의 독주 체제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 17일 신고서가 수리되면서 첫 번째로 허가를 얻었다는 브랜드를 획득했으며, 특히 케이뱅크와의 든든한 유대가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대형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아 업비트를 통해 유입되는 수수료와 고객이 소중하다. 또 케이뱅크는 비대면으로 가상화폐 거래 계좌 개설이 가능한 점도 큰 장점이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빗썸과 코인원이 거래하는 NH농협은행 및 코빗이 거래하는 신한은행에서는 오프라인으로만 가상화폐 거래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 투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젊은층은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기에 케이뱅크와 업비트를 주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빗썸·코인원·코빗 등의 추격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27일 오후 2시 20분 기준 코인원의 24시간 거래량은 전날 같은 시각 대비 54.3% 늘었다.

4대 거래소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업비트는 37.0%, 코빗은 33.1%, 빗썸은 21.9%씩 각각 확대됐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내 업비트만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투자자들의 업비트 집중 현상이 심해졌다"며 "하지만 결국 빗썸·코인원·코빗도 실명계좌를 확보해 우려를 없앴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수료 절감 등 얼마나 투자자 편의를 개선하느냐에 따라 세 거래소에도 추격의 여지가 있다"며 "오히려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이 축소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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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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