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보는 국민의힘 '역선택 논란'

조채원 / 2021-09-02 17:25:55
홍형식 "역선택 효과, 학술적·통계적으로 입증된 바 없어"
김미현 "여론조사 방식 상 대세를 좌우할 만큼은 아냐"
이현우 "타정당 경선참여, 역선택보다 많은 동기 존재"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경선 여론조사 '역선택' 문제를 놓고 사생결단식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역선택이란 A정당 지지자가 B정당 경선에 개입해 일부러 '약체 후보'에게 투표하는 행위를 뜻한다. 자기편에 유리하도록 본선 경쟁력이 높은 상대 후보를 경선 단계에서 떨어뜨리는, 일종의 '작업'이다.

▲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사진부터), 홍준표, 유승민 대선 경선후보. [UPI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최근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를 '역선택' 효과라고 본다. 홍 의원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층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여당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에서 역선택이 실현되는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들은 역선택이 있다 하더라도 어떤 결과를 '역선택에 의한 결과'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역선택이 있을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그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 유의미한 수준인지 개별 케이스나 학술적인 측면에서 입증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최근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에도 역선택이 작용했겠지만, 어느 정도가 역선택 효과이고 어느 정도가 홍 의원의 경쟁력에 따른 결과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국민의힘 주자들의 역선택 갈등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여당을 압도한다면 당원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선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목적에 두고 역선택 방지를 넣느냐 빼느냐를 논의해야지 개별 후보의 유불리를 따지는 논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도 "역선택이 없다고 단호히 말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상대정당 경선에 간여해 결과를 왜곡하고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지 않다"며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여론조사가 무작위 전화걸기로 진행되는 만큼 대세를 좌우할 만큼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현재 여론조사 방식으로는 역선택이 유의미하게 작용했는지 입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정치권에서는 '타정당 경선참여'를 경쟁 정당의 경선을 왜곡시키려는 의도로만 보지만 실제는 그보다 훨씬 많은 동기로 발생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왜곡 의도가 아닌 타정당 경선참여 동기를 크게 '진심참여'와 '전략참여'로 구분했다. 진심참여란 김 소장이 언급한 것처럼 순수하게 지지하는 상대 후보를 밝히는 경우다. 전략참여란 지지하는 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경우 '플랜B'로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경쟁정당의 후보를 선택하는 경우를 말한다. 둘 다 잠재적 역선택 가능자로 분류되지만 결과를 왜곡하고자 하는 의도는 작용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경선 결과를 왜곡하고 싶은 정도의 열정을 가진 경쟁 정당 지지자들이라면 경선조사 첫 질문에서 무당파라고 응답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이런 거짓응답을 걸러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역선택 효과의 불확실성에도 선거 때마다 신경전은 재연된다. 이 교수는 "선거에는 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학술적, 실제적으로 효과가 미미하다 하더라도 후보 입장에서는 단 한 표라도 손해보는 구도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자간 유불리를 두고 최선의 결과를 위해 다투는 것인 만큼 논리의 영역에서 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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