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처리시설도 다섯달 가동 흔적…심각한 골칫거리"
대화 협상력 위한 '하노이 굴욕' 영변 카드 재활용설
군사행보 차원서 실제 핵물질 생산 가능성도 제기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것 같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석이 나왔다.
IAEA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발간한 북한 핵 관련 9월 연례 이사회 보고서에서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에 대해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 12월부터 올해 7월 전까지는 5MW 원자로 가동 정황이 전혀 없었다는게 IAEA 설명이다.
5MW 원자로는 북한 핵무기 제작과 관련된 핵심 시설이다. 이곳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이 추출된다.
북한은 그러나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6월23일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담화를 냈다. 그 뒤로 재가동 정황이 있는 셈이다.
북한이 영변에서 핵활동을 재개하는 이유가 뭘까.
우선 대화 재개를 전제로 협상력 제고를 위한 '핵카드' 재활용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실제적 핵물질 생산보다는 북미 협상 재개를 앞두고 영변 핵시설이 여전히 유효한 대미 협상 카드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회담에서 진행된 영변 핵시설 폐기 협상 등이 소환된다. 당시 회담 결과는 '김정은의 굴욕'으로 평가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에서 "영변을 무력화할 테니 민생과 관련한 다섯 종류의 제재를 완화해 달라"고 '영변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α'를 요구했고 회담은 결렬됐다. 김 위원장은 그 먼 곳까지 열차를 타고 갔으나 결국 빈손으로 평양에 돌아갔다. 북한이 당시 퇴짜를 맞은 영변 핵시설을 가동하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재흥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의 군사전략 차원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월 조선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이뤄진 당 중앙위원회 7기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기술 고도화, 핵무기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 발전 등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보고에선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핵탄두 지속 생산과 함께 핵선제 및 보복타격 능력 고도화도 거론됐다. "적대 세력들의 위협과 공갈이란 말 자체가 종식될 때까지 군사적 힘을 지속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런 만큼 북한이 실제 핵물질 생산에 나섰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향후 대북 관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은 물론 북미 간 대화냐, 대결이냐를 좌우할 시험이 닥친 셈이다.
일단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구가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 차원에서 결단했다는 평가는 '희망고문'으로 끝났다. 북한이 과거처럼 자신들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영변의 전면 가동이나 그 이상의 핵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형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나 진정성에 의문이 다시 제기되는 건 불가피하다.
정부는 IAEA 분석과 관련해 "미국과 관련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외교부는 30일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공조 하에 북한 핵미사일 활동을 지속 감시 중"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현 정부를 향해 "가짜 평화쇼의 증거"라고 날을 세웠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냉엄한 현실을 외면한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인 대북 구애의 끝은 결국 '핵'"이라며 "허울 좋은 평화쇼에 매달린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이 결국 실패했음을 증명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대북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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