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강성 지지층 요구 반영 위해 반대 여론 무시
野 김기현 "언론재갈법, 제2,3의 조국 만드는 악법"
진중권 "제버릇 개주나···운동권 탈레반 지겹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막나가고 있다. 국회에서 반대가 심한 문제 법안들을 마구 강행처리하고 있다.
'입법 폭주·독재'의 흑역사가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강성 지지층을 향한 러브콜로 비친다. '조국의 시간'도 부활 중이다. 집권여당이 4·7 재보선 이전으로 퇴행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일방적 국회·국정운영으로 민심을 잃고 4월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공정을 말아먹은 '조국 사태'도 한몫했다.
새로 출범한 송영길 대표 체제는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조국 사태를 사과했다. 반성하고 쇄신을 다짐했다. 중도층으로 외연확장을 위한 러브콜이었다.
송 대표는 한동안 '친문당' 탈피를 위해 나름 노력했다. 친문 강성 지지자를 '대깨문'이라고 지칭하는 강수도 뒀다.
특히 야당과의 협치에 성의를 보인 건 평가받는다. 민주당이 독식해온 상임위 18개 중 법사위 포함 7개를 야당에 넘기는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법사위 포기는 되레 퇴행의 화근이 됐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언론중재법·사립학교법 개정안과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을 일방 처리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권과 언론 등 관련 단체의 강한 저항에도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였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도입된 상임위 안건조정위는 범여권 인사를 '야당 몫'으로 배정하는 꼼수 탓에 무력화됐다.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최후의 견제 수단이 거여의 힘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심각한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언론재갈법', '언론중죄법'으로 조롱받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 관련 기관, 단체로부터 큰 우려를 사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를 빼곤 모두 반대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귀를 막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재촉하고 있다. "대선을 위해 친문 강성 지지층 요구를 받들고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는게 중론이다.
송영길 체제는 법사위 등을 야당에 넘기기로 한 뒤 거센 역풍을 맞았다. 친문 강성 당원을 중심으로 "역적 행위", "물러나라"는 등 원성, 요구가 빗발쳤다. 추미애, 이재명 대권주자도 "잘못된 거래를 철회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송영길 지도부가 여전히 서슬퍼런 친문 강성 지지층에 된통 당한 꼴이다. 자칭 '언론개혁' 드라이브에 나선 배경이다.
'언론 손보기'는 조국 사태를 겪으며 보도 내용에 불만을 토로했던 강성 지지층이 집요하게 요구했던 과제다. 송영길 체제도 핵심 지지층에 휘둘리는 전임 지도부처럼 전락한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20일 "강성 지지층 반발과 이탈을 부를 수 있는 조국 사건과 울산 선거 공작 등 권력 비리 보도를 막는 게 여당의 중요 대선 과제이자 전략"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보면 고위공직자 등이 징벌적 손배 대상에서 빠졌다고 하지만 대리인이나 친여 단체 등이 얼마든 소송을 통해 해당 언론을 괴롭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 대표는 그러나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에 재갈 물리기 법이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 개개인에 대한 허위·조작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가 언론 자유가 될 수가 없다"고 강변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조국 부녀 일러스트' 등을 예로 들어 "언론 자유는 신장됐지만 단 한 번도 언론의 잘못에 합당한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천신만고끝에 언론개혁법안이 통과됐다"며 환영했다.
친문·친조국 인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조국 일가' 엄호를 대놓고 자랑했다. 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했던 자신의 발언을 소개했다. 고려대가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의 입학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교육부가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제2의, 제3의 조국을 만들어내고 날개를 달아주는 조국 지키기법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제 버릇 개주나"라고 비판했다. "저 운동권 탈레반들의 반자유주의 입법독재가 지겹다"고도 했다.
민주당에선 '입법 독주프레임'이 재부각하자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4월 재보선처럼 대선 정국에서 중도층 표심이 대거 이탈하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친문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대권주자들은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다. 다만 박용진 의원이 소신있게 나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박 의원은 전날 "개혁의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다음주 국회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입법 독주로 일관하면 민심의 역풍을 자초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충돌로 정국 경색은 불가피하다.
일단 여야 '원구성 정상화 합의'로 어렵사리 조성됐던 협치의 분위기는 일순 사라졌다. 여야정 협의체도 불투명해졌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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