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만남? 지나친 해석말라"…김종인, 尹과 밀당?

허범구 기자 / 2021-08-19 16:16:05
"尹과 우연히 오찬…어느 주자에 관심갖는다 판단말라"
'尹외 대안 없다'던 17일 만남 의미 축소…거리 벌리기
꾸짖던 이준석은 평가…"취임후 변화 위해 많이 노력"
'尹 도우미' 등판 위한 밀당이냐 尹·李 사이 줄타기냐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행보가 아리송하다. 외견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대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모양새다. 

1등 주자 윤 전 총장과 경선 관리자 이 대표는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왔다. 제1야당은 내홍으로 연일 시끄러웠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이 지난 17일 김 전 위원장을 독대하고 오찬까지 함께했다.

이를 계기로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응원했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대응 말고 참고 지내라"고 조언하며 화이팅도 외쳤다고 한다. 반면 이 대표는 부쩍 나무랐다. "사소한 일에도 큰 관심을 갖는게 이 대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당내 갈등은 이 대표 책임이 크다는 질책이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편드는 인상이 역력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나 19일 다른 말을 했다.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취재진을 만나서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김 전 위원장이 1년 전인 지난해 8월19일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모습. [뉴시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윤 전 총장을 엊그제 만난 것에 대해 지나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은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이 점심을 하자고 해서 약속을 했다가 우연히 만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어느 대선주자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신 혼을 냈던 이 대표에겐 격려의 말을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당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과정 속에서 다소 무리한 것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 재조정하면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가지 잡음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긍정적 전망도 내놨다.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 갈등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 역시 내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면 본인의 정치 경력에도 적잖은 문제가 있을 것이며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문제를 단시간 내에 해소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의 이 대표 평가는 자신을 멘토로 여기는 멘티의 기를 살려준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한판 승부'와 인터뷰에선 자신의 말도 이젠 이 대표에게 그렇게 먹혀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가 취임후 '머리가 굵어질대로 굵어졌다'는 취지로 읽혔다. 

그는 "이 대표 최근의 상황을 보면 누가 한마디를 하면 꼭 거기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그런 습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좀 더 신중하고, 말도 줄이라고 충고했다.

김 전 위원장이 이날 윤 전 총장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은 지난 17일 만남 분위기와 비교할 땐 다소 의아해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 독대한 뒤 오찬 자리에서 '윤 후보 외에 대안이 없다'는 의견과 '윤 후보를 위해 파이팅하자'는 제안에 공감하고 동참했다고 한다.

여기에 김 전 위원장의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일정이 지난 18일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과의 의견 조율 가능성도 제기됐다. 윤 전 총장에 이어 김 전 위원장이 호남 민심을 챙기는 행보에 나서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서거 12주기를 맞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그러면서 DJ 정신을 기렸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의 광주행은 윤 전 총장의 외연 확대를 지원하는 격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이 곧 '윤석열 도우미'로 등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이날 윤 전 총장과의 만남 의미를 애써 축소하면서 여러 관측이 제기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당내 복귀를 위해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본격적으로 돕기 전에 밀당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나 "일단 한번 몸담았던 곳에서 나오면 그곳에 관심을 갖지않는 것이 원래 자세"라며 "그점에 대해서 너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잘라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건 지난해 8월 19일 무릎 사죄 이후 1년만이다. 김 전 위원장은 헌화한 뒤 묵념을 하며 오월열사의 넋을 기렸다. 국민의힘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 등과 함께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년 전 여기 와서 그동안 국민의힘 전신 정당들이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했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를 하는 계기로 삼았다"며 "오늘이 1년이 되는 날이어서 다시한번 찾아야겠다 싶어서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허범구 기자

허범구 / 정치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