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받지도 않았는데 구매확정?…11번가, 신종 온라인 사기에 '뒷짐'

김지우 / 2021-08-17 13:43:26
삼성 세탁기·건조기 세트 배송지연 판매자 잠적
11번가, 구매자에 "판매자잠적, 환불 못해준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11번가에서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선(先)구매확정을 유도해 정산만 받고, 상품을 배송하지 않은 채 연락 두절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신종 사기수법 의혹까지 불거지는 가운데, 11번가가 악성 판매자 관리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11번가에서 판매됐던 삼성 그랑데 세탁기·건조기 세트 상품 페이지. 판매자는 배송지연에 이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11번가 상품 페이지 캡처]

구매자 A씨는 지난 7월 중순 11번가에서 삼성전자 그랑데AI 세탁기·건조기 세트를 200만 원대에 주문했다. 판매자로부터 1차 배송일정을 8월 초로 안내 받았지만, 물품은 오지 않았다. A씨가 8월 4일에 11번가 고객센터로 문의하자 8월 12일 배송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A씨에 따르면 해당 판매자에 대한 배송지연 문의글을 다수 발견해, 11번가 고객센터 측에 판매자가 수상하다고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고객센터는 "해당 판매자가 아직 사고 접수건이 없어 불량판매자로 기록되지 않았다"며 기다리라고 답했다. 이후 판매자는 연락 두절됐다.

하지만 11번가 측은 A씨에게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어 환불해줄 수 없다"고 했다. 판매자가 일부 구매자들에게 8월 20일까지 제품을 설치 완료하겠다는 답글을 단 점을 고려해, 이후에도 배송 관련 연락을 받지 못하면 조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A씨는 고객센터장과 통화한 후 최근 환불을 받았다. A씨는 "왜 발송 못할 제품을 팔면서 한 달가량 결제취소 불가에, 상품을 받은 적이 없는데 반품 처리하는지 의문"이라며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서 유사한 사례를 인지하고 있을텐데 이런 식으로 대처하면 소비자는 뭘 믿고 이용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전적인 손실이 없으니 책임질 게 없다는 11번가의 입장은 무책임하다"며 "매출을 부풀리기 위한 11번가와 판매자의 조작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구매자 B씨는 신종 온라인 판매 사기수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선구매확정을 유도한 후 물품은 배송하지 않은 채 플랫폼으로부터 정산 받고 잠적하는 수법이라는 설명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구매자가 구매확정을 누르면 판매자에게 정산해주는 구조다.

구매자가 물품을 받은 후에도 구매확정을 누르지 않더라도 판매자 보호를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구매확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 구매자들은 물품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이외 '판매자가 선구매확정을 해야 빠른 배송이 된다고 하더니 잠수 탔다', '구매취소를 요청했는데 반품신청하라니 물건을 받은 적이 없는데 무슨 말인가'라는 등의 문의글이 게재됐다.

11번가의 판매자 관리와 구매자 민원 대처가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해당 판매자는 공지사항에 '주문량이 많아 전화·문자 연락이 과다해 11번가 페이지 Q&A만을 운영하겠다'고 게시했다.

▲ 11번가 해당 판매자 페이지에 올라온 Q&A. [11번가 상품 페이지 캡처]

하지만 문제는 한 두 개가 아니었다. 판매자는 답변에 전화번호를 안내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Q&A 문의글 수는 135건에 달했지만, 상품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판매자는 구매자들에게 비밀글 작성을 유도했다. '비밀글로 작성해야 개인정보 확인 후 정확한 답변이 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현재 해당 제품 판매 페이지는 삭제된 상태다. 11번가 측은 UPI뉴스에 해당 판매자의 계정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 구매자들에게는 주문 취소를 진행 중이다. 판매자가 구매자들에게 구매확정하도록 유도하는 문자를 보낸 것도 확인됐다.

11번가 관계자는 "구매확정 후 반품 접수 없이 판매자가 잠적하면 11번가 직권으로 취소하고 환불을 진행한다"며 "상품을 받지 못했는데 자동 구매확정이 됐다면 고객센터 측에 미수령 신고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악성 판매자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고 있지만, 재입점을 사전에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을 기반으로 입점을 진행하는데, 판매자가 다른 명의를 사용해 재입점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악성 판매자들의 연관된 정보들을 최대한 모니터링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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