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 밑도는 미국 성장률…테이퍼링 늦춰지나

강혜영 / 2021-08-03 14:25:37
미국 2분기 성장률 6.5%…시장 전망치 8.4% 한참 하회
델타·공급부족으로 성장률 둔화…연준 전망치 하향하나
고용 지표도 부진…연준 "8, 9월도 부진하면 긴축 미뤄야"
미국 경제가 2분기에 예상 밖의 부진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점이 늦춰질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6.5% 성장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인 8.4%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부품·원자재 등 공급망 차질이 빚어진 여파로 풀이된다.

이 같은 영향이 장기화돼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내려간다면 테이퍼링 시기는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주목하는 8월, 9월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온다면 이 역시 테이퍼링 시기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고용지표가 강할 경우에는 올해 10월께 테이퍼링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 홈페이지 캡처]

 
3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은 6.5%를 기록했다. 당초 6.4%로 발표됐던 1분기 성장률도 6.3%로 하향 조정됐다.


다우존스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8.4%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운 수준을 기록한 것이었다. 블룸버그는 "미 경제가 성장 가속도를 거의 내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2분기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부양책(1조9000억 달러)과 백신 접종 효과로 소비는 크게 늘었으나 반도체 칩 등 원자재·부품공급 부족 현상이 발목을 잡았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기가 2분기에 정점 통과하면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원자재·부품공급 부족 장기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액션이코노믹스의 마이크 잉글런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분기 성장률이 대다수 기관의 예측치를 크게 밑돌았다"며 "공급난이 지속하면 3분기 이후 전망치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올해 미 경제가 6.1%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치솟는 물가에 따른 구매력 약화,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하반기 경제는 둔화할 것"이라며 하반기 성장률이 3.5%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치방크는 "원자재, 부품공급 등 생산 차질이 예상보다 길게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 불균형 심화, 조기 퇴직자 증가,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서비스 소비 회복 지연 등으로 소비회복도 늦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을 벌써 하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종전 7.0%에서 6.5%로 낮췄다. JP모건도 6.5%에서 6.3%로, 골드만삭스도 6.8%에서 6.6%로 내렸다. 


연준 역시 연간 7.0%로 상향 조정했던 성장률 전망치를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내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테이퍼링을 조기 시행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8, 9월 고용지표까지 부진하면 두 달 정도 긴축 미뤄야"

미국의 경기 상황과 함께 고용지표가 테이퍼링 시기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연준은 작년 12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매월 최소한 800억 달러의 국채와 400억 달러의 정부기관 주택저당증권(MBS) 보유를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FOMC 정례회의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대 고용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까지 아직 갈 길이 좀 남아 있다"면서 "아직 위기 전보다 일자리가 600만~700만 개 적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강한 일자리 증가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2% 넘는 물가 상승률 목표는 이미 초과 달성한 상태이므로 테이퍼링 돌입 여부는 결국 '완전한 고용 목표' 달성에 달려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최근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18~24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0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38만 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8월 말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해왔으나 GDP 성장률과 일자리 지표들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더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연준은 8월, 9월 고용 보고서를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테이퍼링 시점에 대해 "다음 두 번의 고용 보고서가 어떤지에 달렸다"라며 "그것들이 강하게 나온다면 (긴축에) 필요한 진전을 이뤘으며, 그렇지 않다면 두 달 정도 (긴축을) 미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월러 이사는 "8월과 9월에 나오는 고용 보고서에서 (비농업 신규 일자리 규모가) 80만 개 안팎 증가한다면 긴축 통화정책에 대한 연준의 기준이 충족될 것"이라며 "이 경우 9월에 테이퍼링을 발표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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