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경선서 불붙은 '지역감정' 뇌관…이낙연, 이재명의 득실은?

김광호 / 2021-07-26 11:50:15
'적통경쟁·노무현 탄핵' 이어 '백제 발언' 으로 진흙탕 싸움
이낙연·정세균 "지역주의 조장" vs 이재명 "잘못된 해석"
이재명, 전국적 지지세 부각 의도…이낙연은 호남 다잡기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지역감정'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호남 출신인 이낙연·정세균 후보가 "지역주의 조장"이라며 발끈하자 이재명 후보는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낸 극단적 네거티브"라고 반발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 [UPI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백제, 한반도 통합한 예 없다"…이낙연 "호남 후보 확장성 문제 삼아"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며 "현실적으로 이기는 카드가 뭐냐 봤을 때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다.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할 수 있는 후보는 저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이 알려지자 이낙연 후보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은 중대한 실언"이라고 규정했다.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재명 후보는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인가"라면서 더 직설적인 공세에 나섰다.

정세균 후보도 이재명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도대체 경선판을 어디까지 진흙탕으로 몰고 가는 것이냐"며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 역사인식이며 정치적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사실상 일베와 같다"고 직격했다.

이재명 후보는 26일 페이스북에 논란이 된 인터뷰 녹취록을 띄우면서 반격에 나섰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가) 지난해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경기도에) 오실 때 진심으로 잘 준비하셔서 대선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문제의 '백제 발언'을 한 것으로 돼 있다. 호남 출신의 이낙연 후보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는 덕담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캠프 박성준 대변인도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이낙연 후보측이) '백제'라는 단어 하나를 갖고 호남 역차별이라든가 지역주의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건데 맥락을 봐야 한다"며 "인터뷰에서 눈 씻고 찾아봐도 지역주의 관련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낙연 후보 측이 "몇 가지 단어에 주관적 생각을 개입해 잘못된 해석을 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5일 광주 서구 민주당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지역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는 가운데 이 지사 찬반 피켓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견제 위해 '지역 확장성' 건드렸나

일각에선 이재명 후보가 최근 '영남 역차별' 발언부터 치고 빠지기식으로 이낙연 확장성, 특히 지역 확장성을 건드리는 것이 의도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낙연 후보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전략적인 네거티브 공세에 나섰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날 UPI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 측에선 호남 당원 측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의 전국적인 지지세를 통한 민심을 등에 업기 위해 백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낙연 후보로서는 대응을 하더라도 지역주의 프레임에 갇힐 수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정치권에서는 '백제 발언' 파동이 민주당 경선 구도에 어떤 영향 줄지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지역주의는 호남민의 피해 의식과 맞물려 대선 경선 구도는 물론 본선에까지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선거철에 지역주의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 이유로 현재 약 70만 명에 달하는 권리당원의 분포를 꼽는다. 이들의 절반가량이 호남에 몰려 있고, 다른 지역과 젊은층 또한 호남 출향민과 그 2세대가 대다수여서 당 지도부나 후보로선 지역 정서를 살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낙연 후보 측에선 호남표심이 자신에게 결집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상당한 이재명 후보의 표를 다시 빼앗아 올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구도를 쟁점화할수록 이낙연 후보의 지지세가 호남지역에 국한됐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그의 본선 경쟁력이 도마에 오를 수 있으니 좋다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발언이 앞선 네거티브의 일환일 뿐 경선 구도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으로 호남 표심이 일부 이낙연 후보에게 향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당장 오늘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이낙연 후보의 상승세가 한풀 꺾여 이재명 후보와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여권 전체로 보면 후보간 계속된 네거티브 공세가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며 "이에 실망한 중도층이 이탈해 윤석열, 최재형 등 야권 후보로 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측의 공방이 지속되자 결국 민주당 선관위가 제재에 나섰다.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이날 각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간 연석회의에서 "최근 경선 과정에 있어서 선을 넘은 볼썽사나운 상호 공방을 즉각 멈춰줄 것과 또 그 이상 되풀이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며 "민주당다운 경선 과정에 있어서 진정성있고 치열하고 나이스한 경선이 되도록 적극 동참하고 협조해달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선관위로선 엄중히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적통 경쟁,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등을 언급하며 "그 경위가 어떠하든 간에 상호 공방 자체만으로도 매우 퇴행적이고 자해적이다. 이제는 과거 지향적이고 소모적인 이슈에서 넘어서서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 이슈에 집중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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