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저축은행들은 이들 고신용자들을 고객으로 흡수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낮추는 한편 대출 여력 확보를 위해 고금리 특판 예·적금을 내놓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7월부터 은행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돼 카드사·저축은행의 고신용자대출 집중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고신용자대출에 집중하는 카드사·저축은행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2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17조8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8000억 원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이는 은행의 대출 규제 강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2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연초부터 대출 상품의 한도를 축소하거나 아예 판매 중지를 하면서 그동안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대출을 쳐다보지도 않던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카드사와 저축은행들도 '대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카드사·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올해 1~5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3000억 원으로 전년동기(1000억 원)보다 42배나 폭증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지난해 3월말(30조3047억 원)부터 9월말(30조6914억 원)까지는 3867억 원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말부터 올해 3월말(33조1787억 원)까지는 2조4873억 원 증가했다. 같은 6개월 간임에도 증가폭이 8배나 확대된 것이다.
저축은행도 올해 1~5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3조5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1조5000억 원보다 2조 원이나 확대됐다.
특히 카드사와 저축은행들을 가슴 뛰게 하는 부분은 고신용자대출의 급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전반적으로 카드론의 고신용자 비중이 작년보다 1%포인트 가량 늘어났다"며 "고신용자들이 여럿 대출을 신청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국내 38개 저축은행의 금리 10% 이하 가계 신용대출 잔액 비중은 12.6%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7%보다 4.9%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그만큼 고신용자들이 대출을 많이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고신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카드론 금리를 인하 중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7일 카드론 금리를 이전보다 1%포인트 낮춘, 4.9~19.9%로 조정했다. 롯데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도 이달 들어 카드론 최저금리를 5% 이하로 내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은 대출 여력 확보를 위해 잇달아 고금리 특판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OK저축은행은 최고 연 1.5% 금리를 제공하는 요구불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은행의 요구불예금 금리가 대개 연 0.1%인 것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0.51%포인트, 웰컴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은 0.2%포인트씩 각각 올렸다.
최고금리가 연 10.0%에 달하는 적금 상품도 나왔다. 고려저축은행과 키움예스저축은행의 오픈뱅킹 정기적금 금리는 연 10.0%다. 진주저축은행(연 8.21%)과 평택상호저축은행(연 8.0%) 등도 고금리 적금을 취급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취급에 소극적이었던 작년까지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며 "고신용자 방문에 흥이 난 저축은행들이 이 기회에 가계대출을 더 확대하기 위해 진력 중"이라고 말했다.
갈 곳 잃은 저신용자들…3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풍선 효과' 도미노 현상 우려
고신용자들이 카드사와 저축은행을 찾는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다. 7월부터 고액 신용대출에 차주별 DSR 40% 규제가 적용되는 등 은행의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억누르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워낙 심해 대출 상품의 한도 축소 및 판매 중지 흐름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더 많은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2금융사들은 아직 DSR 규제 기준이 60%라 은행보다 훨씬 더 느슨하므로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하다. 2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카드론 금리인하와 저축은행의 고금리 특판이 요새 더 성행하는 건 이런 흐름을 읽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도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도입했는데, 이 역시 저축은행들을 고신용자대출 쪽으로 향하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1.1%로 제한했으며, 특히 중금리대출과 정책금융 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의 증가율은 5.4%로 제한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결국 중금리대출 위주로 취급하란 뜻"이라며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어차피 낮은 금리로 빌려줄 거면 고신용자에게 대출해주는 게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4%포인트 내려간 점도 카드사·저축은행 등 2금융사들의 고신용자대출 집중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자 대출시장 위축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리를 내리누르면 소비자들에게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저신용자들의 연체율은 고·중신용자보다 높다"며 "2금융사의 금리가 높은 데에는 이런 연체 관련 비용도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계속 내리고, 중금리대출을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면, 2금융사들 역시 연체율이 낮은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1·2금융권에서 저신용자들은 밀려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1·2금융권의 가계 신용대출이 14.4% 늘었다. 이 중 고신용자대출은 19.6%, 중신용자대출은 10.4%씩 각각 증가했다. 반면 저신용자대출은 9.7% 감소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연초부터 고신용자가 2금융권으로 밀려나다보니 저신용자는 3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풍선 효과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나 심지어 불법 사채로 발걸음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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