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기모란 구하기' 가관…文 대통령 발언도 뒤집어

허범구 기자 / 2021-07-14 15:32:35
박수현 "방역 컨트롤타워는 정부부처, 靑 가교 역할"
코로나 대유행 경질론 확산 기모란 책임 덜며 엄호
세월호 겪은 문 대통령 "靑, 재난 컨트롤타워" 규정
국가위기관리센터 설치…재난 대응 위해 직제개편

청와대가 코로나19 대유행 책임론에 휘말린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 부처가 방역 컨트롤타워이고 기 기획관은 가교역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폈다.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까지 뒤집는 모양새다. "기모란이 뭐길래"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지난달 27일 브리핑룸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경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7년 5월 6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대형 산불이 덮친 강원도 강릉 주민대피소를 찾았다. 당시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누락돼 주민 반발이 거셌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손발이 맞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이런 걸 조정하라고 만들어진 국가안전처에 비난이 쏟아졌다.

문 당선인은 "세월호 참사 때 대처를 못 해 해경을 해체하고 안전처를 만들었는데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안전 공약을 강조했다. 이어 "저는 정권 교체하면 재난 구조 대응체계를 일원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국가재난에 대한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공약한 대로 관료 조직을 축소하고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국민 안전을 수호하도록 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산하에 있는 1·2차장과는 별도로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해 각종 재난·재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직제를 개편했다. 

또 틈만 나면 "청와대가 재난의 컨트롤타워"라고 규정했다. 2017년 7월 호우가 집중됐던 중부지방 일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할 때는 아예 확실히 못박았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하는 말도 있었는데 중대한 재난의 경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 22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이튿날 문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만났다. 이들은 문 대통령에게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했다며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일부 유가족에겐 "참담하다"고 위로했다. 당시 대통령 메시지를 언론에 전달했던 청와대 대변인은 박수현 현 국민소통수석이었다.

그런데 3년여 만에 박 수석이 말을 달리했다. '기모란 구하기'를 위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박 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 기획관은) 청와대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이지, 그런(컨트롤타워의) 부서들을 통제하고 컨트롤하는 역할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기 방역관은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아니라 (방역의) 컨트롤타워를 하는 각 정부의 기구들, 이런 기구들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역의 기획과 집행, 이런 모든 것은 청와대가 위에 있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모든 것을 청와대가 결정하고 집행하고, 청와대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다 되는 그런 시대를 살아온 경험 때문에 이런 의심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수석은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는 전문가의 의견을 가장 우선시하는 원칙을 한 번도 바꿔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4차 대유행 원인으로 꼽히는 거리두기 완화와 문 대통령 주도 '경기 회복' 조치의 추진은 방역 전문가 주문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청와대에는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기 기획관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서도 "(기 기획관이)상황 파악이 안 됐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 기획관 경질론을)아프게 듣고 있지만, 지금은 국민과 함께 새로운 위기와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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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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