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축소 압박받는 은행들, 中企대출 힘 쏟는다

안재성 기자 / 2021-07-06 16:45:36
6개월 새 27조 증가…"가계대출 억누른 만큼 중기대출 확대 노력"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압박에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들어 6개월 새 은행의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이 27조 원 이상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폭보다 8조 원 이상 많은 액수다.

▲ 올해 들어 중소기업대출이 가파르게 늘어 가계대출 증가폭을 크게 상회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인해 은행들이 가계대출 축소분만큼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한 때문으로 여겨진다.[뉴시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6월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총 524조3904억 원으로 전월말(521조2655억 원) 대비 3조1248억원 늘었다. 지난해말(497조2926억 원) 대비로는 27조213억 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올해 들어 매월 3조~6조 원씩 빠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1월말(520조9000억 원) 사상 최초로 500조 원을 넘긴 데 이어 2월말 505조9350억 원, 3월말 510조3499억 원, 4월말 516조9139억 원, 5월말 521조1891억 원으로 꾸준히 불어났다.

가파르게 늘고 있는 중소기업대출과 달리 가계대출이 증가세가 꽤 둔화됐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5월 3조546억 원 줄었으며, 6월에도 1조2996억 원 증가에 그쳤다. 올해 들어 6월까지의 증가폭은 18조9533억 원으로 중소기업대출보다 8조 원 이상 작다.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확대된 점과 더불어 "가계대출은 줄이되 중소기업대출은 늘리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강한 압박으로 인해 은행의 대출 무게추가 가계대출에서 중소기업대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폭 축소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최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뿐만 아니라 연초부터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 이내로 억누르라며 은행들을 여러 차례 다그쳤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연초부터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상품의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등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의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도 0.2%포인트 낮췄다. 이날부터는 개인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기존 2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내렸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관리비 대출, 솔져론, 하나원큐 중금리 대출, 하나원큐 사잇돌 대출 등 신용대출 4종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5개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도 지난달부터 3000만 원 초과 한도의 마이너스통장 연장·재약정 시 약정 기간의 한도 사용률 혹은 만기 3개월 전 한도 사용률이 모두 10% 미만일 경우, 최대 20% 한도를 감액하기로 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대출규제 완화보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과 달리 중소기업대출은 금융당국이 오히려 더 많이 하라고 장려한다"며 "때문에 요새 은행들은 가계대출 축소로 남은 자금을 중소기업대출 쪽으로 돌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가 야기한 불경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세칭 '좀비기업'들이 빚으로 버티기만 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관측돼 향후 부실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 비중이 무려 39.7%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20%대였던 한계기업 비중이 올해 대폭 상승했다"며 부실대출 증대를 염려했다.

숨겨진 코로나19 관련 부실도 은행에게는 골칫거리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코로나19 관련 대출에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위험하다고 일컬어지는, 이자 상환 유예 규모는 5대 은행에서 약 422억500만 원(5월말 기준)이다. 유예된 이자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지만, 그 뒤의 대출 원금은 2조 원 이상으로 추측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당장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이 후일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며 "이자 상환이 유예된 대출은 대부분 부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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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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