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인상도 부담 존재…전문가 "미국 앞서 금리인상 실행 어려울것"
금융위기 당시 2010년에도 먼저 올렸다가 경기둔화 등으로 다시 인하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예고하면서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사실상 확실시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주열 총재의 강력한 발언으로 볼때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리 과감하게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남은 한은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오는 7월 15일, 8월 26일, 10월 12일, 11월 25일 네 차례다. 한은이 이르면 7월 또는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 제도(연준·Fed)는 올해 하반기에 테이퍼링을 공식화하고 내년 초 테이퍼링 시행, 내년 말 혹은 2023년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에 앞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을 때 한국이 먼저 금리를 올리면 정책 여력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시간표에 맞춰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면 금융불균형 누적 심화,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유출, 주가 폭락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연준의 테이퍼링도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도 부담이다. 경제가 코로나19 타격에서 불균형하게 회복된 상태에서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릴 경우 회복세가 꺾일 우려도 존재한다. 또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기업 대출에 대한 금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 설명회에서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올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올릴 수 있다"면서 "연준이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국내 여건에 맞게 통화정책을 조정하면 우리로서는 여지가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인상하고 따라가게 될 경우에는 금융 불균형이 더 확대될 수 있고 외부 여건에 따라 금리 정책 시기를 조정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신흥국도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멕시코는 2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00%에서 4.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앞서 브라질, 터키, 러시아까지 신흥국들도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올렸다.
동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긴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날 체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렸다. 헝가리 중앙은행 역시 22일 기준금리를 0.6%에서 0.9%로 인상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올렸다. 노르웨이는 이르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시사한 바 있다.
연준은 최근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조기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은 점도표(dot plot)를 통해 2023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거시경제 측면서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할 근거는 충분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거시경제 상황을 보고 운용하는 정책이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이미 올해 1분기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이 2분기 중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이 먼저 금리를 올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실질GDP에서 잠재 GDP를 뺀 GDP갭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내년께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총재는 "GDP갭을 추정을 해보면 현재의 마이너스 갭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도 한은은 2% 단일 수치의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용하고 있지만 연준은 2020년 8월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해 일정 수준의 인플레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산가격 버블 제어 수단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은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장기금리와 연동돼 장기금리 상승 시 자산 버블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장기금리와 주식시장의 상관관계가 낮고 대출금리도 주로 기준금리나 단기 채권 금리에 연동돼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유동성이 많아져 자산버블 우려가 높아지면 중앙은행이 직접 긴축정책을 사용하는 길밖에 없다"며 "이번에도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약간 높은 것이 사실 이상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 미국보다 낮은 게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적완화를 한 게 아니다 보니 테이퍼링 할 것도 없다"면서 "지금의 완화수준은 오히려 금리를 올리지 않았을 때 부작용이 더 크다"고 부연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과거에도 금리 인하 사이클은 보통 미국이 먼저 해도 인상은 같이하거나 한국이 빨리했다"면서 "금리 인하로 돈이 나가는 것은 문제지만 금리 인상으로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역시 "한국은행이 정책을 결정할 때 국내 경제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자산 버블이 심화되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할 수 있으며, 미국 금리를 내리는데 높이기는 어렵지만 빨리 금리를 높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악화 우려 존재"...금융위기 때도 금리 먼저 올렸다가 다시 내려
한국이 미국보다 통화정책을 먼저 조정하는 것은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도 한국은 2010년 7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2.0%에서 2.25%로 올리기 시작해 2011년 6월까지 1년 새 다섯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해 3.25%까지 금리를 올렸다. 미국은 2015년 12월에야 인상을 시작했다.
김중수 당시 한은 총재는 2014년 한은 내부 소식지에 실린 퇴임 인터뷰에서 가장 어려웠던 정책결정 순간으로 "2010년 7월의 금리 인상"을 꼽기도 했다.
금융위기 당시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세를 꺾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혜영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했다"면서 "그 결과 회복 조짐 보이던 경기가 재차 둔화됐고 기준금리를 재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다섯 차례의 금리 인상 이후 약 일 년 만인 2012년 7월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에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총재가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하겠다고 해도 막상 실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책도 결국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올렸을 때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면 정책 담장자의 책임이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일 쉬운 것은 미국이 10월에 금리를 올린다면 그다음에 올리는 것"이라면서 "코로나 변종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도 감안하면 가을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타격 문제도 존재한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 겸 부총리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만약 금리가 인상된다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가계나 기업이나 정부가 그런 상황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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